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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600)... 幸福의 비밀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국민 행복(國民幸福)


《필자가 ‘靑松 건강칼럼’ 집필을 지난 2010년 8월 27일에 시작하여 오늘(2017년 10월 30일) 600회를 맞게 되었습니다.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본 칼럼을 Facebook,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카페, 밴드 등에 올려서 누구나 읽고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아시아기자협회(AJA) 신문 The AsiaN 및 월간 매가진 N, 월간 프린팅코리아, 지역신문, 뉴질랜드 Korea Post, 미국 서울대동창회보 등에도 게재하였습니다. 애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공자(孔子, 본명: 孔丘, BC 551-BC 479)는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하여 필요한 튼튼한 국방, 풍족한 경제, 백성의 신뢰 중에서 국민의 신뢰(信賴)를 가장 중요시했다.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 조선시대 실학자이며 선각자(先覺者)인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은 정치의 목적, 나라의 역할 중 첫 번째가 ‘백성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국가 지도자들은 ‘국민을 어떻게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국민행복지수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2013.2.25)에서 국민 모두의 꿈이 이루어지는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정농단(壟斷)의혹사건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은 좌파 진보(進步)세력만이 행복을 구가하는 나라가 아니라, 우파 보수(保守)세력을 포함한 온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행복의 나라’로 불리는 부탄(Bhutan)과 인연이 있다. 즉,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야당 실력자로서 마지막 해외여행지가 부탄이었다. 그는 작년 7월 보름 동안 부탄 정부 관리와 석학들로부터 ‘행복’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부탄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아 대통령이 된 후 “부탄형 국민행복지수를 한국식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가 항상 주장하는 “사람이 먼저다”도 부탄의 국민행복 우선주의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도울수록 행복이 더해진다. 즉, 개인적인 행복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을 도울 때 오며, 더 많은 시간을 쓸수록 더 충만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편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국민이 행복한 삶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이 쓴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은 1933년에 발행되었으며, 샹그릴라(Shangri-La)의 원전(origin)으로 유명하다. 소설 속에서 샹그릴라는 티베트의 산맥 속에 있는 라마교(Lamaism) 사원 공동체로 신비스런 가공의 유토피아(utopia), 이상향(理想鄕)으로 그려졌다.


가상의 유토피아(理想鄕)를 현실 세계에서 지구의 마지막 샹그릴라로 지칭되는 곳은 히말라야 산자락에 위치한 소국(小國)이며,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부탄(Bhutan)이다. 지난 2010년 영국의 좌파(左派) 성향 싱크탱크인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은 148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답변한 부탄을 1위에 올려놓았다. 당시 부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천 달러였다.


신비와 은둔의 작은 나라 부탄의 인구는 약 75만 명이며, 긴 협곡을 따라 도시가 형성되어 있는 수도 팀푸(Thimphu)에는 약 12만 명의 주민이 밀집되어 있다. 한반도 면적의 4분의 1 정도인 부탄은 중국의 티베트(Tibet)자치구(西藏自治區)와 북쪽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나머지 삼면은 인구(印度)로 둘러싸여 있다. 부탄은 인도의 보호로 독립을 유지하고 있다. 부탄 북부 지역은 해발 7000m급 산봉우리가 즐비한 산악지대이다.

 

절대 빈국(貧國)인 부탄 정부의 재원은 수력발전에 의한 전기 판매, 농ㆍ임산물 수출, 관광수입, 외국 원조 등에서 나온다. 국민에게 무상(無償)교육과 의료를 제공하지만, 문맹률은 약 40%이며, 평균수명은 65세 안팎이다. 산속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은 아예 학교에 접근할 수 없기에 문맹률이 높다. 그러나 유학생으로 선발되면 해외 유학도 정부에서 보내준다.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에는 X-ray 등 기본 검사장비가 고작이며, 고가 첨단 의료 장비는 없다. 즉, 무상의료의 질이 매우 낮기 때문에 부유한 계층을 위한 개인병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보건지표로 사용되는 영아(嬰兒)사망률(IMR: Infant Mortality Rate, 연간 출생아 1000명 중 1년 이내 사망자 수)이 26.9이며, 한국 2.8에 비해 매우 높다. 부탄에서는 공식적으로 일부다처(一夫多妻)제가 인정되고 있다.


부탄 국민의 주식은 쌀이다. 붉은 색이 감도는 안남미(安南米)를 재배하며, 이모작이 가능하다. 부탄은 제조업이 없기 때문에 공산품을 인도에서 수입하며, 생필품(生必品)이 매우 비싸다. 빈국(貧國)인 부탄은 전반적으로 먹을거리가 부족하다. 살생(殺生)을 금하기에 육류가 귀하며, 인도에서 수입한 돼지고기를 말려 볶아먹고 있다. 과일도 거의 나지 않아 대부분 수입한다.


가난한 나라인 부탄은 국제무대에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라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즉, 재화를 많이 생산하고 경제성정과 번영으로 국가 순위를 평가하지 말고 그 속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로 국가를 평가하자는 것이다.


경제발전으로 나라는 부유해졌는데 국민들은 왜 행복하지 못한가? 21세기의 가장 어려운 질문에 도전하기 위해 부탄 왕국(Royal Government of Bhutan)은 국정의 최고 지표로 성장(成長)이 아닌 행복(幸福)을 택했다. 이에 국민총생산(GD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으로 대체한 새로운 발전 모델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부탄의 ‘행복정책’은 1972년 당시 제4대 국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Wangchuck)가 성장(GDP)이 아니라 행복(GNH)을 국가발전의 잣대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부탄의 행복정책이 제대로 꽃을 피우기까지는 30년이 더 결렸다. 2008년에 들어선 제5대 국왕 지그메 남기엘 왕추크의 민주정부가 국민총행복을 국정의 핵심 틀로 채택하고, 체계적인 정책의 실천에 들어갔다.


부탄의 행복정책은 이미 잘사는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라 못 살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게 행복정책의 핵심이다. 예를 들면,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이나 시골 마을은 나라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개인에게는 땅을 빌려주고, 마을은 이주할 기회를 준다. 이주비용과 정착 비용 등은 모두 국가에서 지원한다. 


2008년에 제정한 부탄 헌법에 “국가는 국민총행복 정책을 추진하는 여건을 마련하고”(9조) “모든 개발행위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총행복의 증진에 있다”(11조)로 천명했다. 즉, 집대성한 ‘국민총행복정책’을 통해 행복의 여건을 만드는 것이 국가 발전의 목표이다. 국제연합(UN)은 부탄 정부의 ‘국민행복지수’에 착안하여 매년 3월 20일을 ‘세계 행복의 날(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 국제 기념일로 2012년 UN총회에서 결의했다.


부탄 정부는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경제발전, 문화의 보존 및 진흥, 환경보호, 민주적 관리를 국민총행복을 증진하는 4대 축(軸)으로 삼았다. 심리적 웰빙, 건강, 시간 사용, 교육, 문화적 다양성, 민주적 관리, 공동체 활력, 생태 다양성, 생활수준 등 9개 영역에 33개 세부항목을 설정해 이를 측정하는 국민총행복(GNH)지수를 개발했다.


부탄 정부는 국민총행복을 잣대로 모든 정책을 심사한다. 즉, 새로운 정책이 제안되면 GNH에 영향을 끼치는 형평성, 양성평등, 부패, 수질과 대기오염, 스트레스 등 26개 항목별로 점수를 매긴다. 채점 결과 GNH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정책은 심사를 통과하지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정책은 채택될 수 없다.


부탄은 더디지만 행복과 부(富)를 함께 추구하는 선순환의 기운을 타고 있다는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한다. 행복정책은 세계적인 자연환경과 신비의 불교(佛敎)문화자산을 보유한 부탄의 현실과 부합하는 국가경영전략이다. 부탄의 경제도 수년째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유여행이 금지된 ‘은둔의 왕국’ 부탄을 여행하려면 체류 비용(하루 250달러/성수기, 200달러/비수기)을 현지 여행사를 통해 미리 지불해야 관광비자가 나온다. 이 비용에는 숙식, 교통, 투어가이드비(費), 관광세(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여행자에게 ‘가이드 동반’ 원칙을 정해놓고 있다. 부탄은 산업 구조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적어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선망의 직업인 여행가이드의 봉급은 월 200-250달러 정도이다.


부탄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하여 각종 규제가 심하다. 예를 들면, 일할 때와 공공장소에서는 전통 의상 ‘고와 키라’을 입어야 하며, 만약 어기면 벌금을 내야 한다. 건축물의 창틀 문양도 규격화되어 있다. 부탄 국민은 자연, 문화, 전통, 종교(불교), 임금(王)이 그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현재 국왕 왕추크(37세)는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2006년에 즉위(卽位)하여 절대 왕권을 포기하고 입헌군주제(立憲君主制)를 도입했다. 부탄 어디를 가든 왕과 평민 출신의 왕비 그리고 어린 아들이 나오는 가족사진을 볼 수 있다. 이는 ‘국민총행복’은 단란한 가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부탄 사람들은 선(善)하고 친절하다.


물질이 풍족하지 못하여도 주위에 비교 대상이 없으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부탄 국민 대부분은 아직까지 편리한 바깥세상을 잘 모르고 생활하고 있다. 그들이 외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인터넷과 TV가 전부다. 현재 부탄에는 K팝, 한국 드라마 등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도시에는 카페, 당구장, 노래방 등 유흥시설이 들어섰다.


이에 부탄 사람들도 머지않아 행복 잣대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은 단단하며, 물질적 욕망과 불평을 억누르는 강력한 종교가 있다. 티베트 불교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생(衆生)을 위해 기도한다. 부탄 국민들은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의심하지 않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기에 더 많은 물질이 더 큰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본다.  


‘국민 행복’ 순위는 조사 방법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영국 신경제재단(NEF)의 국민행복 순위 조사에서 부탄은 56등, 한국은 80등을 했으며, 올해 유엔(UN)조사에서는 부탄은 97위, 우리나라는 56위를 기록했다.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 국가 철학과 목표에 ‘행복’을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국정을 무난하게 운영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모든 국민에게 큰 행복을 주는 것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1918-2013)는 27년 옥살이 후 1994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먼저 국민 통합에 나셨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면 정부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문재인 대통령은 부탄 국왕의 말을 인용하여 페이스북에 올린바 있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00).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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