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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602)... 웰다잉法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행복한 삶과 죽음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의 최대 욕망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기를 싫어하고 더욱이 죽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음을 향해 나아가고 죽음으로 접근해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웰빙(well-being)’을 추구하고 ‘웰다잉(well-dying)’을 소망한다.

  

건강하다는 것은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이상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방식도 적극적이어야 하고 삶의 의욕도 높아야 한다. 요즘 ‘99ㆍ88ㆍ1ㆍ2-3ㆍ4’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즉, 99세까지 팔팔(88)하게 일(1)하면서 살다가, 노환으로 2-3일 정도 병석에 누워 있으면서 멀리 사는 자손들도 모두 만나고 유언도 남긴 후 죽음(4)을 맞는 행복한 일생을 말한다.


사람들은 이 세상을 하직할 때 사랑하는 가족들에 둘러싸여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고 편안하게 떠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한 죽음을 맞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겨우 목숨만 유지하다가 사망하는 환자가 1년에 3만-4만 명에 달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 267,692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만성질환으로 22-23만명, 외인성(자살, 사고)으로 28,900명, 그리고 폐렴으로 12,021명이 사망했다. 사망 장소는 병원에서 약 18만명, 그리고 가정에서 4-5만명이 세상을 떠났다.


연명의료(延命醫療) 중단이란 심폐소생술ㆍ혈액투석ㆍ인공호흡기ㆍ항암제 투여를 중단 혹은 미실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양ㆍ물 공급, 단순 산소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통증(痛症) 완화 치료도 계속한다. 대상 환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가 듣지 않으며 급속히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임종기(臨終期) 환자만 가능하다.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임종기 여부를 판단한다.


지난 1997년 보라매병원에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뗀 의사와 가족이 살인죄(殺人罪)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으며, 2009년에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식물인간 상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달라는 가족의 요구를 대법원에 받아들인 이른바 ‘김 할머니 사건’이 있다. 이 두 사건이 ‘연명의료결정법’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16년 2월 3일 법률 제14013호로 제정된 ‘웰다잉법’ 또는 ‘존엄사(尊嚴死)법’이라고도 불리는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약칭: 연명의료결정법)’의 목적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임종과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말하며,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란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자를 말한다.


“말기환자(末期患者)”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질환에 대하여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를 말한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하며,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이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아니하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을 말한다.


“연명의료계획서”란 말기환자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중단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하여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하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19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중단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호스피스ㆍ완화의료”란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靈的)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를 말한다.


호스피스(Hospice)란 중세시대의 ‘성지 순례자를 위한 쉼터’를 뜻한다. 그 후 1967년 영국의 의사 시실리 손더스(Cicely Saunders)가 임종(臨終)환자들을 돌보는 전문 병동을 런던에 설립한 이후, ‘호스피스’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떠날 준비를 하는 곳으로 불린다.  현대사회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고통에 시달리면서 지속되는 삶을 이어갈 수 있다. 이에 극심한 통증과 고통 속에서 의미 없는 삶을 이어가는 대신에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스피스-완화(緩和)의료는 임종 전에 발생하는 의료적 케어(medical care)를 말한다.


완화의료(Palliative Care)란 치료가 어려운 말기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통증 및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고통을 완화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전문적인 의료서비스이다. 일반적으로 기존의학은 중심 증세를 중요시하지만 완화의료에서는 활력 증상으로 안녕(well-being sense), 통증(pain), 수면(sleep) 등 3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완화의료 ‘다학제팀’이란 전인적인 돌봄을 위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聖職者), 전문치료사(물리치료, 직업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 영양사, 약사, 자원봉사자 등 환자와 가족 돌봄에 필요한 다양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팀을 말한다. 

 

‘연명의료결정법’의 2018년 2월 4일 시행을 앞두고 10월 23일부터 3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시범사업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ㆍ작성ㆍ등록,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및 이행 등으로 2개 분야로 나뉘어 시행된다.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때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두 서류의 효력은 같다. 법에 따라 신설되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구에서 이 서류들을 등록 보관하고, 임종이 닥치면 관리기구를 통해 실시간 조회할 수 있게 된다. 등록 후 생각이 바뀌면 얼마든지 철회나 수정이 가능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ㆍ작성ㆍ등록> 시범사업기관은 각당복지재단(전국 협약기관 16곳), 대한웰다잉협회(전국 15개 지부),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지역협력기관 21곳), 서울 세브란스병원, 대전 충남대학교병원 등 5곳이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및 이행> 시범사업기관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세브란스병원, 영남대학교의료원, 울산대학교병원, 충남대학교병원, 강원대학교병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제주대학교병원 등 10곳을 보건복지부가 선정했다.


시범사업 기간 중 작성된 ‘의향서’나 ‘계획서’는 작성자의 동의 하에 2018년 2월 개시되는 등록시스템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법적으로 유효한 서류로 인정되게 된다. 본인이 의사를 밝히거나, 환자가족 2인 이상이 환자의 뜻을 진술한 경우, 연명치료를 중단하거나 시행하지 않을 수 있다. 대신 환자가족 전원합의는 이번 시범사업단계에서는 제외된다. 


‘연명의료결정법’에 관한 인식이 일반인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도 낮은 상황이다.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팀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환자 및 보호자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에 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33.2%가 인지하고 있는 반면 66.8%는 아예 모르고 있었다. 또 일반인 500명 중에서는 20.4%가 이를 알고 있다고 답한 반면 79.6%는 모른다고 답했다.


특히 의료진 250명 가운데 38.8%는 인지하고 있지만 61.2%는 모르고 있어 의료진의 인식 수준도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료계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한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및 연명의료계획서의 상황별 작성 의향(意向)은 중증질환 악화 시에 가장 높았다. 의향 수준을 0-5 척도로 물었을 때 ‘중증질환 악화 시’는 평균 4.32, 중증질환 진단 시 4.03, 건강할 때는 3.63이었다. 이에 시범사업 기간 동안 ‘연명의료결정법’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 의사(意思) 확인방법은 다음과 같다. 환자의 의사 능력이 있을 때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직접 작성하며, 그리고 원하는 사람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여 담당의사의 확인을 받는다. 환자의 의사 능력이 없을 때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의사 2인의 확인이 필요하며, 또는 가족 2인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과 의사 2인의 확인이 필요하다. 가족이란 ①배우자, ②직계 존ㆍ비속, ③형제자매(①②없는 경우)를 말하며, 환자 가족이 1인뿐인 경우에는 1인의 진술로도 가능하다.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일 때는 환자가족 전원(행방불명자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자 제외)의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이 필요하며,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친권자인 법정대리인의 결정과 의사 2인의 확인이 필요하다.


‘연명의료결정법’에 삶과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호스피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을 “호스피스의 날”로 정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호스피스의 날의 취지에 부합하는 행사와 교육 및 홍보를 실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법에 명시했다. 일반 국민들은 호스피스와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바람직하지 못한 죽음이란 병원 중환자실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으면서 고통 속에서 사망하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well-being)을 추구하는 것만큼 품위 있고 인간답게 생을 마무리하며 죽음(well-dying)을 맞이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이에 2018년 2월부터 시행되는 ‘웰다잉법’이 임종을 앞두고 있는 환자들에게 품위 있는 삶의 마지막 기회를 부여하어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01).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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