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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603)... 106세 現役醫師의 장수비결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106세 의사의 삶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평생 현역’ 의사인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가 지난 7월 18일 자택에서 둘째 아들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잠을 자듯 숨을 거뒀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창조하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인생에 은퇴는 없다.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뛸 것이다.”라고 말했다. 100세가 넘어서도 병원에서 진료를 계속하면서 환자의 마음까지 보듬어 준 히노하라 박사의 죽음에 일본 사회가 존경과 애정 어린 애도를 보냈다.


105.9세를 일기로 별세한 히노하라 박사는 1911년 10월 4일 야마구치(山口)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교토(京都)대학 의학부를 1937년에 졸업한 뒤 성누가국제병원(St. Luke's International Hospital) 내과의로 의사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내과과장, 병원장 등을 역임한 후 1996년부터는 명예병원장으로 활동했다. 또한 신노인회(Society of New Elder Citizens) 회장, 라이프 플랜닝센터 이사장 등을 맡아 활동하였다.


히노하라 선생이 전 생애를 바치다시피 근무한 성누가국제병원(聖路加國際病院)은 미국 루돌프 토이스러 박사가 개설한 병원으로 112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6층 건물 옥상에 십자가(十字架)가 세워져 있고 현관에 들어서면 예배당이 있다. 누가(Luke)는 의사이며,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성인(聖人)이다. 


히노하라 박사의 신장은 162cm, 체중 63kg, BMI 24.2이며, 하루 섭취 열량을 1300kcal로 제한하는 소식(小食)과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했다.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오전 6시30분 기상, 오전 8시 출근 후 각종 회의, 오후에는 강연 및 특별외래진료, 저녁 6-9시 귀가, 밤 11시-새벽 2시까지 서류 정리나 글쓰기를 한다. 수면시간은 약 5시간이다. 국내외에서 연간 100회 이상 강연을 하며, 2시간 정도는 꼿꼿이 서서 강의를 했다.


히노하라 박사는 일본에 서양 의학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의료계 거물로서 ‘생활습관병(生活習慣病, life-style related disease)이라는 개념을 만드는 등 예방의학(豫防醫學, preventive medicine) 발전을 이끌었다. 그는 일본 제55대 총리 이시바시 단잔(石橋諶山)의 주치의를 맡을 정도로 실력과 명성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히노하라 박사는 일본 적군파(赤軍派)가 비행기를 납치해서 북한으로 갔던 ‘요도호(淀号) 사건’을 직접 겪었다. 1970년 3월 31일부터 4일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서울 김포공항에 내려 자유의 땅을 밟았을 때 느꼈던 감격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죽었던 삶을 새로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히노하라 박사가 지난 7월에 별세한 후 그의 마지막 말을 모은 책 ‘살아가는 당신에게’가 9월 발간되었으며, 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책에서 그는 유언을 남기는 것처럼 삶과 죽음, 고통과 행복, 가족과 우정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 책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1월까지 11회에 걸쳐 20시간 이상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은 ‘죽음이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으로 시작되며, 그는 “듣는 것만으로 다리가 떨릴 정도로 무섭다”고 솔직하게 답한다. 하지만 이어 “죽음과 생명은 나눌 수 없는 것이며 도망갈 수도 없다. 단지 부여받은 사명을 완주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남은 인생의 여행을 이어가고 싶다”고 다짐한 후 6개월 후에 세상을 떠났다. 


인간은 누구나 사망하므로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오히려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다. 그는 “나이를 먹는 것은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축복이다. 최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한바 있다.


히노하라 박사는 자신의 진정한 친구로 갑상선암(thyroid cancer)으로 목소리를 잃었다가 일본인 의료진의 도움으로 성대(聲帶)복원수술을 받은 뒤 목소리를 되찾은 한국인 성악가 배재철 테너(Tenor)를 꼽으면서 102세 때 배 씨의 열창을 접하고 “노래로 신(神)의 존재를 느낀 것은 처음”이라고 감동했다. 이후 열성적인 후원자로 변신해 전국을 돌며 10회 이상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사람이 건강하다면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인간의 수명을 성서(Bible)적 차원에서 보면 구약전서(The Old Testament) 창세기(Genesis)에 아담(Adam)은 930세, 셋이 912세, 에노스가 905세, 최장수(長壽)자인 므두셀라(Methuselah)가 969세까지 살았다. 그러나 바로 그 창세기 6장 3절에 인간의 한계수명을 120세로 규정해 두었다.


즉 “생명을 주는 나의 영이 사람 속에 영원히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은 살과 피를 지닌 육체요, 그들의 날은 120년이다.”라고 주께서 말씀하셨다. 한편 구약성경 시편(Psalms) 90편 10절에는 “우리의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빠르게 지나가니, 마치 날아가는 것 같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현대에 와서 노화ㆍ장수학자들은 현대인들의 성장 발육이 2425세에 완성되며 그 발육기간의 5배가 인간의 한계수명이라는 것을 근거로 하여 인간은 120-125세까지는 살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한 70-80세는 요즘 선진국의 평균수명 수치인바 2천년 전 성경 말씀과 현대 과학연구가 거의 일치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인구통계 보고서에 의하면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세이지만 건강수명, 즉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사는 기간은 73년에 불과하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비율은 점점 낮아진다. 예를 들면, 80-84세 연령대는 80% 이하, 85세가 넘으면 60% 이하로 떨어진다. 결국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일본의 히노하라 박사는 2007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서울에서 강연을 하였다. 첫 번째 강연은 제20차 세계 노년학ㆍ노인의학대회에 즈음하여 2007년 10월 1일 오후 2시 서울 잠실 롯데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빛나게 산다 - 자신의 살아가는 방법을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라는 제목으로 2시간에 걸쳐 약 1천여 명 청중들에게 강연했다. 인생은 자신이 디자인해서 사는 것임을 인식하고, 생활방법ㆍ교제 상대ㆍ살아가는 보람(Quality of Life)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강연회는 李吉女 가천길재단 이사장과 朴相哲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의 초청으로 2010년 10월 5일 롯데호텔에서 ‘늙지 않고 잘 사는 법, 행복한 인생을 위한 나의 메시지’를 주제로 열렸다. 일본이 직면한 저출산 고령화문제, 100세 이상 장수자,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과 향후 연구영역, 노화방지의학(anti-aging medicine), 인간의 영혼성(spirituality) 등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가천의과학대학교는 10월 6일 대강당에서 히노하라 이사장에게 명예 이학박사학위를 수여하고, ‘히노하라 건강법-행복한 100세 장수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강연회에서 히노하라 박사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노년(老年)을 보내는 비결로 ▲사랑하고 사랑받자 ▲도전을 시작하자 ▲인내하자 등 세 가지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히노하라 박사는 ‘100세 시대를 살아갈 비결’ ‘新老人으로 산다’, ‘인생의 四季’ ‘어떻게 잘 살고 어떻게 잘 늙고 어떻게 잘 죽는냐’ ‘삶이 즐거워지는 15가지 습관’ ‘행복한 우연’ 등 250권이 넘는 저서를 출판했으며, 그 중 150여권이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음악요법(音樂療法)의 창시자이며, 그가 만든 뮤지컬이 여러 곳에서 공연됐다.


히노하라 박사는 신노인(新老人), 생활습관병 등 여러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었다. 일본에서 ‘노인’이라는 단어를 싫어하여 65세에서 74세까지의 노인을 ‘전기(前期) 고령자(高齡者)’, 그리고 75세부터는 ‘후기(後期) 고령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히노하라 박사는 75세 이상을 ‘신노인’이라고 부르고 ‘신노인회(新老人會)’를 조직하여 회장직을 맡았다. 신노인회의 기본이념은 사랑ㆍ인내ㆍ창조에 두고 있으며, 75세 이상 고령자 중 자립할 수 있는 노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한다.


히노하라 박사는 어릴 때 운동을 좋아했으나 열 살 때 신장염(腎臟炎)을 앓아 운동을 포기했다. 의과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결핵(結核)에 걸려 몇 년간 요양을 했기 때문에 의사를 못 할 것이라고 남들은 말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따라 건강이 달라지고 체질도 변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잘 먹기’ ‘잘 움직이기’ ‘잘 쉬기’를 실천했다. 히노하라 박사는 장수 비결을 ‘신체건강’보다 ‘정신건강’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복식호흡, 음악 감상, 명상, 일기와 편지 쓰기 등을 권장한다.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므로 음식은 검소하게 먹는 것이 좋다. 동물성 지방, 설탕, 소금 섭취는 가능한 한 줄이고 우유, 생선, 콩류, 채소 등을 매일 먹는 것이 좋다. 운동부족은 노화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걷기 운동은 근육을 단련시키고,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해 주고, 뇌의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히노하라 박사는 1주일에 1-3회 출장을 가는데, 역이나 공항에서 약 8kg 무게의 가방을 들고 다녔다.


일본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의 나이에 대한 정의를 65세 이상에서 75세 이상으로 연장하고, 노인이 사회의 보호를 받는 대상에서 사회에 봉사하는 주체가 되자는 취지로 2000년에 ‘신노인운동’을 시작했다. 또 노인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사랑 주고받기, 도전하기, 인내하기’를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2005년 ‘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은퇴 후에 갑자기 늙는 사람이 많다. 이에 현역에서 물러나면 새로운 일을 해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일본 신노인회 1만2천명 회원 중에는 70-80세에도 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일을 배우고,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어린이들과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다. 즉 나이를 먹을수록 정열, 꿈, 호기심 등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은 자신이 받아들이는 ‘건강한 느낌’과 어떤 환경에도 잘 순응하는 ‘적응력’ 두 가지가 중요하다.


히노하라 박사의 ‘신노인 長壽 건강생활’ 법칙은 다음과 같다. ▲죽는 시간까지 인생의 현역으로 산다는 자세를 갖자. ▲많이 사랑하고, 많이 사랑받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 ▲항상 창조하는 일을 하고 남을 위해 살자. ▲살기 어려운 것은 어느 세상에서나 똑같다고 생각하자. ▲남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집에서 활발한 교제를 하자. ▲젊은 사람들의 관심사에도 귀를 기울이자. ▲항상 걷는 습관을 지니고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이자. ▲노년 건강의 최대 적은 낙상과 골절이므로 잘 구르는 연습을 하자. ▲몸에 좋은 심호흡과 복식호흡을 하자. ▲웃음으로 얼굴에 주름을 늘리자.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의사를 찾는다.


우리는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하여 식생활, 생활습관, 마음가짐 등이 삼위일체를 이뤄지도록 삶을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리고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과 명예가 아니라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의 명언을 명심하여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03).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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