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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607)... 주요 사망원인 ‘감염병’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감염성 질환(感染性疾患)


북한 주민의 주요 사망원인은 감염성 질환(感染性疾患)으로 31%를 차지해 우리나라의 5.6%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난 11월 13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사선(死線)을 넘어 귀순한 북한 병사도 간염(肝炎), 기생충(寄生蟲) 등에 감염되어 있었다. 탈북 청소년 35.5%, 성인 24.6%도 기생충 감염으로 조사(2005-2008년)된 바 있다.


북한 귀순병사(25세, 운전병, 키 170cm, 몸무게 약 60kg)는 폐(肺)와 복부(腹部) 등 4곳에 총상(銃傷)과 관통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에서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되어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주치의인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는 지난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군 병사 위(胃)에서 옥수수가 나왔으며, 장(腸) 속에는 길이가 27cm나 되는 회충을 비롯해 기생충이 수십 마리가 있어 합병증(合倂症)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생충 감염 시 소장(小腸)의 봉합 상태 유지가 수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국종 교수(48ㆍ수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는 중증외상(重症外傷) 수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2000년에 외과 전문의 면허를 취득했다. 교통사고, 추락사고, 공장기계 사고, 총격 사고 등으로 일반적 응급조치 범위를 넘어 뼈가 여러 군데 부러지거나 피가 많이 쏟아져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심각하게 부상을 당한 상태를 ‘중증 외상’이라고 한다.


이 교수는 중증 외상 수술방법 중 하나인 손상통제수술(damage control surgery)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이 수술법은 당장 생명에 위험을 주는 부위부터 응급 수술로 처치하고, 나머지는 시차를 두고 수술하는 방법인데, 중증 복합 외상환자의 생존율을 0-5%에서 30-40%로 올릴 수 있다. 북한 귀순병 치료에도 이 수술방법을 적용했다. 


이국종 교수는 지난 2011년 1월 소말리아(Somalia) 해적(海賊)에 납치된 우리나라 선박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기 위해 오만(Oman)까지 날아갔다. 당시 석 선장은 해적에게 모두 6발 총격을 받아 배를 뚫고 팔 다리를 관통해 뼈가 어스러진 위중한 상태였다. ‘아덴만 여명작전(Operation Dawn of Gulf of Aden)’의 영웅 석해균 선장은 이국종 박사의 치료를 받고 생명을 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열악한 우리나라 중증 외상 의료 현실이 드러났고, 전국에 거점 중증외상센터를 세우는 내용의 소위 ‘이국종 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이 “기생충, 분변(糞便), 위장 내 옥수수까지 공개돼 북한 병사의 인격에 테러를 가했다”고 비난한 데 대하여 이국종 교수는 “북한군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대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하여 해명하면서 이국종 교수께 사과했다. 


필자가 1965년 1월에 국제연합 관리(official of the United Nations)로 임용되어 국제연합아동기금(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UNICEF)에서 근무할 당시 한국에서 UNICEF 주요 지원사업은 보건과 영양, 교육과 복지 분야였다. 보건관련 기관들 중에는 1964년에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기생충박멸협회(韓國寄生蟲撲滅協會)도 있었다.


국내 의과대학의 기생충학(parasitology)교실 교수, 보건전문가, 의사 등이 절대빈곤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이 소중한 영양분을 기생충에게 빼앗기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기생충박멸협회를 창립했다. 1965년에 전국 시도지부를 설립하였으며, 1966년 4월에는 ‘기생충(寄生蟲)질환 예방법(법률 제1789호)이 공포됐다. 협회는 1968년 7월 일본 해외기술협력단(OTCA)과 기자재 및 기술 지원 협정을 맺었다.


협회는 1969년부터 전국 학생들에게 기생충검사(대변검사)와 투약사업을 시작하여 1995년까지 26년간 연인원 3억명 이상이 검사를 받았으며, 8000만 명 이상이 구충제(驅蟲劑)를 복용했다. 당시 학생들은 ‘한국기생충박멸협회’가 인쇄된 채변봉투에 학교, 학년, 반, 이름을 적은 후 선생님에 제출했다. 검사결과 기생충이 발견되면 학교에서 구충제를 먹었다.


1971년 최초로 실시한 전국 실태조사 결과 84.3%로 나타났던 기생충 감염률이 1986년 제4차 조사에서 12.9%로 급감하더니 2013년 제8차 조사에서는 불과 2.6%로 나타나 대성공을 거두면서 1996년에 학생 및 일반인 집단검사를 종료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리나라 장내 기생충 박멸사업을 모범사례로 인정하였다. 한국기생충박멸협회는 1986년 11월에 한국건강관리협회(韓國健康管理協會, Korea Association of Health Promotion)에 통합되었다.


한국건강관리협회는 기생충 질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기생충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그동안 기생충 퇴치를 위해 사용하였던 검사용 기자재, 치료약품, 영상물, 슬라이드 등 홍보자료와 기생충(회충, 편충, 구충 등) 표본을 전시하여 기생충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보건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기생충 전시관’을 설치했다.   


한국건강관리협회는 2000년 7월 북한 조선의학협회에 기생충 약품을 기증하였으며, 2001년 5월에는 북한 기생충관리사업 및 건강증진사업 합의서를 교환했다. 2004년 12월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어린이 보건지원사업을 위한 합의서를 교환했으며, 2008년 5월에는 북한기생충연구소 건립 지원사업을 개시했다. 2008년 12월에 평양 종합검진ㆍ검사센터 건립사업(2008-2011년)을 개시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북한 주민들이 결핵, 간염, 말라리아, 기생충 등 각종 감염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본다. WHO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 중 감염성 질환 사망자 비율은 우리나라는 5.6%인데 비하여 북한은 31.0%로 나타났다.


감염성 질환 가운데 결핵(結核, tuberculosis, T.B.)은 인구 10만명당 513명(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76.8명보다 6.7배나 높으며, 사망자도 1만1000명으로 우리나라 2209명에 비해 5배 수준이다. 특히 문제는 여러 결핵약에 내성을 보여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 결핵(多劑耐性結核, MDR-TB) 환자가 전체 환자의 31.4%(2012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만성간염, 간경화, 간암 등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B형 간염(肝炎, hepatitis) 보균자는 전체 인구의 6-11%로 추정된다. 모기 등이 감염시키는 말라리아(malaria)는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여 우리나라의 경기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까지 전염시키고 있으며, 매년 1500명가량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황해도, 개성 등에서 환자가 매년 1만 명 이상 발생하면서 2012년에 피크를 이룬 후 국제기구와 우리나라의 지원으로 2015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들의 감염병 실태도 심각하다. 깨끗한 물을 사용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수인성(水因性) 전염병이 많아. 5세 미만 아동의 사망 원인 중 설사(泄瀉, diarrhea)가 18.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13년과 2016년 수해(水害)로 인하여 설사병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이 해결방안은 상수도 시설 개선과 급수 관리, 영양 개선을 통한 면역력 증가 등이다.


또한 북한은 곡물 재배에 인분(人糞)을 사용하기 때문에 회충, 촌충 등 토양 매개성 기생충이 많고, 민물고기를 날로 먹어 기생충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생충 감염 고리를 끊으려면 적어도 5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북한은 1960년대에 시ㆍ군-도-평양으로 이어지는 의료 전달 체계와 무상 의료(無償醫療) 등 의료 체계를 선보였다. 그러나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을 지나면서 보건의료 체계가 사실상 붕괴되고 약품ㆍ의료기기 부족 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여 현대적 의료 체계를 구축했다.


고려대학교 의대 윤석준 교수(예방의학)는 남북통일 이후 북한 주민의 건강을 대한민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20년 넘게 걸린다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독일의 경우, 1990년대 동ㆍ서독 주민의 건강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다 2009년 이후에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서독은 동독보다 인구가 4배 많고, 경제 수준은 3배 차이에 불과했는데 비해 대한민국은 북한보다 인구는 2배 많고 경제 수준은 18배 차이가 나므로 독일보다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독일은 분단 시기에도 서독이 장기적인 통일 계획에 따라 동독 보건의료 분야에 지속적으로 지원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이명박 정부 5ㆍ24조치까지 북한 보건의료 분야에 4300억 원가량을 지원했지만,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못하고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에 그쳤다. 이에 우리도 통일을 고려한 장기적인 보건의료 분야 전략의 체계적인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 


이국종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죽는 날, 관 속에 가지고 갈 것은 그동안 치료한 환자 명부”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중증외상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외과의사 이국종 교수께 우리 모두 따뜻한 격려와 찬사를 보내야 하겠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07). 2017.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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