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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626)... 국민건강과 흙의 중요성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흙의 공익적 가치


국제연합(UN)은 2015년을 ‘세계 흙의 해(International Year of Soils)’로 정하고, 매년 12월5일을 ‘흙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흙의 소중함과 토양 보전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3월11일을 ‘흙의 날’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올해 제3회 기념식은 3월 9일(금요일)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농촌진흥청ㆍ농협ㆍ농민신문사ㆍ한국토양비료학회 공동 주관으로 개최한다.


기념식에 이어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흙의 공익적 가치를 되새기고 이를 통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지난해에는 건강한 흙과 농가소득증대를 주제로 한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한편 농민신문사와 농협중앙회는 매년 11월에 ‘흙 살리기’ 심포지엄을 19년간 개최하고 있다.


흙(earth, soil)의 근원은 용융된 암석물질인 마그마(magma)가 지표면에서 냉각ㆍ고결되어 형성된 화성암(火成巖)이 비, 바람 및 풍화작용(風化作用)으로 분해된 물질이 주가 되고, 여기에 물과 공기가 침투하여 흙의 성분을 이루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일찍부터 토지와 인연을 맺어온 농경민족(農耕民族)이므로 유목민족(遊牧民族) 등과 달리 흙과 땅은 먹을 것을 제공하는 단순한 농경지로만 인식된 것이 아니다. 즉 흙과 땅은 태어난 곳이자 되돌아가야 할 숙명적인 근원지이므로 그들에게는 가장 크고 유일한 존재이고 안식처였다.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 행로라 생각하는 것이 환토관(還土觀)이다.


인류는 흙을 바탕으로 발전해왔으며, 흙은 식량, 물, 생태계 안보에 절대적 요인이 된다. 따라서 흙의 가치가 바로 서지 않으면 식량, 물, 생태계의 안보를 지킬 수 없다. 흙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흙 속에서 많은 물리 및 화학적 현상들이 일어나며, 이러한 현상은 공익적 가치로 연결된다.


토양은 각종 찌꺼기와 중금속(重金屬)을 걸려내 오염을 방지한다. 자양분의 흡수 및 흡착 역할을 하며 식물을 살린다. 또한 토양은 기후변화와도 직결되어 토양 내부에 질소, 탄소 등을 여러 가지 형태로 저장하지 않으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 농도는 계속 올라간다. 이에 토양을 잘 관리하는 것이 기후변화를 막는 지름길이다.


건강한 흙은 건강한 삶과 직결된다. ‘유기농업의 아버지’로 알려진 영국의 알버트 하워드(Albert Howard, 1873-1947)는 그의 저서 ‘흙과 건강(The Soil and Health)’에서 “모든 생명은 흙과 연결 돼 있고, 흙이 건강해야 모든 생명도 건강하다”고 설파했다. 토양을 건강하게 하려면 유기농법을 해야 하고,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먹으면 인간은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먹거리는 흙에서 생산되므로 이에 대한 신뢰는 흙의 건강에 기초한다. 우리가 재배하는 작물은 흙에 뿌리를 뻗고 그 속에 있는 자양분과 수분을 흡수한 후 햇볕을 받고 공기를 미시며 자란다. 따라서 작물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뿌리를 내리기 쉽고 충분한 자양분(滋養分)과 수분(水分)을 공급할 수 있는 건강한 토양(土壤)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토양의 대부분은 화강암(花崗巖)이 부서져서 생성된 것으로 자양분 함량이 적고 자양분을 간직하는 힘이 약하며, 또한 산성도(酸性度)가 높고 척박하다. 이에 부족한 땅에서 많은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밀식재배(密植栽培)를 하고 비료도 많이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작물이 연약해져 병해충에 취약해지므로 농약(農藥)을 많이 사용한다.


토양을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하여 충분한 유기질을 공급하여 자양분과 수분을 간직하는 힘을 키워주고, 산성화되지 않고 유익한 미생물이 많은 토양이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을 통해 유기물 함량을 높이고, 토양개량지원사업을 통해 토양 산성화를 방지하는 데 힘쓰고 있으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흙의 유기물(有機物)은 동식물의 잔재가 토양에 섞어 들어간 뒤 만들어지는 생명활동의 산물로서 흙을 부드럽게 만들고 자양분을 공급해 식물의 생육을 돕는다. 농촌진흥청의 ‘농업환경자원 변동평가’에 나타난 토양 유기물 함량 조사(2015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논의 약 28%가 추천 기준(2.5-3%)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땅심(地力)의 근원인 토양 유기물 보존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국민이 흙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위하여 흙을 자신의 삶과 연관시킬 수 있어야 한다. 흙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어릴수록 감수성이 예민하므로 토양과 환경을 연결시켜 교과과정에 넣어야 한다. UN 식량농업기구(FAO) 홈페이지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토양 교육 자료가 잘 정리돼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된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1977년生) 프랑스 대통령은 농업 분야에 최대 50억 유로(6조609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농업 끌어안기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올해 안으로 농업분야에 50억유로를 투자해 친환경농업과 농업벤처기업 등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며, 청년농민들에게 국가가 보증하는 대출로 자금을 지원한다.


세계 경제 전문가인 짐 로저스(Jim Rogers, 1942년生)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1998년부터 ‘로저스국제상품지수(Rogers International Commodity Index: RICI)’를 운영하고 있다. RICI는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산물, 금속, 광물 등 38개 상품을 묶어 가격변화를 나타내는 지수다. 매년 지수에 포함되는 상품을 바꾸는데, 2018년에는 경질적색봄밀(Hard Red Spring Wheat)을 새로운 상품으로 추가할 정도로 농산물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로저스 회장은 여러 산업 중에서 농업에 큰 관심을 두는 이유로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농업은 사양산업이 됐고, 이를 거꾸로 보면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한국이 통일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한 통일을 대비한 농업협력은 우선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최저 칼로리 섭취기준으로 매년 530만톤의 식량이 필요한데, 현재 생산능력은 450만톤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일방적인 대북 식량지원은 남북한 농업이 함께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 농업의 자생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하되, 향후 시장과 연계할 수 있도록 대외 경쟁력을 갖춰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식량자급률(식용 곡물)의 절반 정도인 23.8%로 OECD 34개국 중 32위이며, 대부분 수입(세계 6위 곡물수입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농산물의 세계적인 흉작(凶作)이나 곡물가격 급등 등으로 곡물파동이 일어날 때 식량안보(Food Security)가 위협을 받게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엔 쌀 생산량이 181만톤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연구원은 2010년 420만톤 생산으로 쌀 자급률이 83.1%인 점을 감안하면, 2040년엔 62.6% 그리고 2050년엔 47.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농업ㆍ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농발계획)’에 근거해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2008년 처음 설정한 이후 5년마다 수립하여 발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2018-2022년 농발계획에서 2013년에 설정한 2022년 식량자급률 목표치 60%를 51%로, 곡물자급률도 기존 목표치 32%를 24.2%로 낮추었다. 지난 2013년의 곡물자급률은 23.3%였다. 새로운 목표치도 달성이 불투명하여 목표치가 구호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식량자급률 목표치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적정 규모의 농지를 확보하고 보전하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존 2022년도 곡물자급률인 32%를 달성하기 위해선 175만2000ha가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2018년 경지면적을 159만9000ha로 보고, 2022년에는 154만6000ha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 즉, 농사는 천하의 가장 큰 근본이 되는 중요한 일이다. 우리의 매일 먹을거리인 농산물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생산되기 위하여 모든 국민이 국토를 깨끗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 함부로 버려지는 농약병, 폐비닐, 부패성 쓰레기 등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며, 우리의 먹거리도 황폐하게 만들 수 있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생명산업인 농업의 지킴이는 흙이다. 따라서 건강한 흙을 가꾸는 일은 생명창고인 농업을 지키고 국민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농업을 통한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해 작물 생육에 알맞은 건강한 흙을 만드는 흙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여야 한다. 먹거리 안전은 건강한 토양에서 나온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여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26). 2018.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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