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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630)... 수면(睡眠)의 날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숙면(熟眠) vs 불면(不眠)


“인생의 3분의 1을 바꾸면 나머지 3분의 2도 움직인다!” 인간의 순수 수면시간은 일생동안 평균 26년 정도 잔다고 한다. 수면(잠)은 인생의 1/3을 차지할 만큼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현대인들에게 건강한 수면은 어렵고 힘든 과제이다. 불면증(不眠症)으로 시달리는 사람은 수면제(睡眠劑)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수면이 단순히 하룻밤 적게 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부족한 잠이 ‘빚’처럼 몸에 쌓여 수면부채((睡眠負債)로 작용한다.


즉, 수면 부족의 축적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금전적인 빚과 같아 ‘수면 빚(sleep debt)’으로 인한 졸음은 크고 작은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같은 시간 동안 ‘굶는 것’보다 ‘자지 않는 것’이 더 죽을 위험이 높다. 만일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생활이 지속되면 뇌(腦)에 노폐물이 누적되기 때문에 면역력(免疫力)에 관계된 기관의 활동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바이러스, 세균 감염 등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된다.


영국에서 잡지 ‘Idler(게으름뱅이)’를 발행하는 톰 호지킨슨(Tom Hodgekinson)은 2005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 <How To Be Idle(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에서 “잠이야말로 인생을 살며 누리는 가장 중요한 기쁨 가운데 하나이자, 슬픔을 이기게 해주는 좋은 친구이며, 창의적 생산성의 원천이므로 덜 일하고 더 많이 자라”고 권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6년 조사에서 한국인의 평균 수면(睡眠) 시간이 꼴찌로 나타났다. 즉, OECD 34개 회원국의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41분이나 짧은 7시간 41분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그보다 1시간 30분 이상 더 줄어 6시간 6분을 자는 것으로 조사됐다. 순수 수면시간이란 그냥 눈 감고 뒤척거리면서 정신이 있는 시간을 제외한 뇌파(腦波)가 완전히 수면 상태의 뇌파를 발생시켜야 한다.


한편 로열필립스 글로벌임상연구소가 2015년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한국인 500명을 비롯해 총 10개국 8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면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수면에 대한 세계의 시각’에 따르면. 한국은 응답자의 43%가 ‘일에 대한 걱정이 수면을 방해 한다’고 답해 조사대상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 쉴 틈 없이 일하고, 어쩌다 쉬는 동안에도 ‘일’ 생각을 해야 하는 생활 탓에 우리 뇌는 피로한 상태가 된다. 한국 다음으로 브라질(33%), 중국(31%)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불면증(不眠症)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09년 30만 5,029명에서 2014년 48만 7,202명으로 5년 새 약 18만 2,000명이 증가했다. 이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melatonin)이 어두울 때 간뇌(間腦) 등면에 돌출해 있는 내분비선인 송과선(松科腺)에서 분비되는데, TV, 스마트폰, 컴퓨터 등이 내뿜는 ‘빛 공해(公害)’가 이 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우리나라가 유독 심하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잠이 위기에 처한 건 분명하다. 이에 세계수면학회(World Association of Sleep Medicine, WASM)는 수면의 중요성을 널리 홍보하기 위해 2008년부터 매년 밤낮의 길이가 똑같아지는 춘분(春分, 금년은 3월 21일) 바로 전 금요일(3월 16일)을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로 정했다. 전 세계 각국에서 수면의 중요성과 건강한 수면을 위한 지침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고자 각종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수면학회(Korean Society of Sleep Medicine) 주최로 전국 각지의 병원 및 학교에서 3월 한 달 동안 ‘수면’관련 강연을 실시한다. 2018년 ‘수면의 날’ 슬로건은 ‘건강한 수면리듬, 건강한 삶’(Join the Sleep World, Preserve Your Rhythms to Enjoy Life)이다. 즉, 건강한 생체리듬과 그에 따르는 건강한 수면리듬이 우리의 수면뿐만 아니가 건강한 삶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슬로건이다.


올해의 슬로건은 2017년 노벨 생리ㆍ의학상(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즉, 지난해 우리 몸의 생체리듬(하루주기리듬)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발견한 미국의 Jeffrey C. Hall 교수(메인大), Michael Rosbash 교수(브란다이스大), Michael W. Young 교수(록펠러大) 등 과학자 3명이 공동수상했다.


사람의 몸은 24시간을 주기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생체리듬을 갖고 있는데, 이를 생체시계(生體時計, Biological Clock)라고 부른다. ‘하루주기리듬’ 또는 ‘일주기리듬’으로 불리는 생체리듬은 약 24시간의 주기를 가지고 수면과 각성(覺醒), 호르몬 분비, 신진대사, 체온 등의 중요한 신체 및 정신기능을 조절한다. 생체시계와 하루주기리듬은 우리 몸에 내인성으로 존재하는 것이지만 환경의 자극에 영향을 받는다. 환경자극 중에 가장 중요한 자극이 빛(光)이다.


빛은 눈으로 들어와 망막(網膜)에서 생체시계로 신호가 전달되어 낮에는 생체시계의 활발한 활동을 도와주어 깨어있게 만들고, 빛이 없는 밤에는 생체시계가 비활동성이 되면서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밤에 빛이 들어오면 비활동성이던 생체시계가 활발해져서 각성을 유발하게 된다. 또한 야간에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억제된다. 이는 야간에 밖에서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방에서 자면 잠이 방해되는 것과 낮에 잠을 자야하는 야간근무자들이 잠을 잘 못 자는 이유이다. 


자신의 하루주기리듬과 생활리듬이 맞지 않는 경우에는 충분한 수면 및 숙면(熟眠)을 취하기 어려워 수면부족(睡眠不足)에 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성인의 권장 수면시간인 7-8시간 동안 자는 것을 게으름, 단순한 휴식 등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수면 시간을 줄여 ‘멍한 상태’로 오래 일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좋은 업무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인간의 생체 리듬은 24.3시간이므로 자연의 변동 주기인 24시간에 가깝다. 생체주기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크게는 일반형(정상형), 저녁형(지연형), 아침형(조기형)의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생체주기는 뇌의 시신경 교차 상부핵의 유전자 양상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조절된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므로 생체 리듬을 강제적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나이와 생체시계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변화시켜서 습관을 들이면 큰 부작용을 줄이면서 원하는 생체 주기를 만들 수도 있다.  


잠든 직후 90분을 ‘수면의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며, 이 때는 뇌의 내정상태 회로(default mode network: DMN)까지도 활동을 멈춘다. 장시간 깨어 있으면 ‘자고 싶다’라는 수면 욕구, 즉 수면 압력이 커지는데 첫 번째 논렘수면(nonREM sleep)에서 수면 압력의 대부분이 해소된다. 황금수면시간 90분의 질을 높이면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그리고 낮 시간의 졸음도 사라진다.


하루에 8시간 자고도 졸리는 사람과 6시간 자고도 기분이 개운한 사람의 차이는 숙면을 결정짓는 황금시간 90분으로 결정된다. 황금 시간 90분은 체온과 뇌에 의해 결정된다. 밤에 질이 좋은 잠을 자기 위해서는 낮 동안 완벽하게 깨어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수면에 도움을 주는 음식, 최적화된 조명과 환경, 숙면에 도움을 주는 침구류(寢具類) 등도 중요하다.


대한수면학회가 권장하는 <건강한 수면을 위한 생활지침>은 다음과 같다. ▲규칙적인 수면시간과 기상 시간을 유지한다. ▲주말에 지나치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은 피한다. 이러한 습관은 짧은 기간 동안 3-4시간의 시차(時差)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것과 같다.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낮에는 밝은 빛을 쬐고, 야간에는 빛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친 카페인 섭취와 음주를 삼가 한다. ▲낮에 졸려 낮잠을 자는 경우 30-40분 이하로 잔다. ▲저녁 늦게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하는 것은 잠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피한다.


밤늦게까지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으며, 저녁에는 집안 조명도 지나치게 환하지 않게 유지하고 화장실의 조명도 작고 밝지 않은 것이 좋다.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시간에도 낮에 졸리거나 피곤하고,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수면장애는 ‘수면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잠(수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 5-6시간, 되도록 7-8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해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잠이 보약” 즉, 좋은 잠이 건강한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30). 2018.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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