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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제 '60만 협상 大軍'을 양성할 때다

조선일보 전성철 IGM(세계경영연구원)이사회 의장
입력 2018.06.11 03:17

국내외 문제 대응에서 '협상력'이 한국 미래 좌우
소수의 전유물 넘어서 전문가들 본격 키워야

전성철 IGM(세계경영연구원)이사회 의장전성철 IGM(세계경영연구원)이사회 의장
내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트럼프-김정은의 미·북 정상회담은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원동력이 군사력에서 협상력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국의 미래도 그 어느 것보다 우리의 협상 역량에 달리게 될 것이다.

협상력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상대방 생각을 바꾸는 힘'이다. 생각이 바뀌면 입장이 바뀐다. 어떻게 바꾸는가? 상대방의 세 가지에 호소한다. 즉, 가치(명분)와 실리(實利), 감정(자존심 등)이다. 협상이란 한마디로 이 세 가지 요소가 그려 나가는 희비(喜悲) 쌍곡선 드라마이다.

예를 들어, 협상 상대방이 '공정'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하자. 협상 테이블에서 나와 대화하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주장했던 것이 '공정'하지 않은 면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면, 상대방은 지금까지 보인 입장을 바꿀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가 속한 국가나 조직, 기업으로선 큰 노력을 하지 않고도 엄청난 효과와 득(得)을 챙길 수 있다.

'실리'란 무엇인가? 그동안 손해라 여겼던 것을 '길게 보면 이것이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입장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이다. 아무리 명분과 실리를 얻는다 해도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면 어느 때라도 뒤집을 수 있는 것이 협상판이다.

그렇다면 협상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협상가인 상대방이 가진 이 세 가지 요소를 사전(事前)에 하나하나 잘 분석해서 '맞춤형'으로 공략해야 한다. 성공하는 협상 뒤에는 항상 이 면밀한 준비 작업이 있다. 예컨대 중국과 벌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협상이 그렇게 참담한 결과를 낳은 것은 바로 이러한 준비 작업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는 중국의 격렬한 반발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는데도 정부가 어느 날 갑자기 발표하였고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너무나 투박하고 아마추어적이었다. 어떤 준비 작업이 있을 수 있었을까? 일례로 위 세 요소 중 중국의 '감정'을 겨냥한 준비로는 이런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서울에서 '한국 내 사드 배치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같은 것을 여는 것이다.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 전문가를 초청하여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게 했을 것이다. 사실 한국에는 이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당당히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우호적인 세계의 전문가들이 하도록 판을 짰을 것이다. 이 발표와 토론 과정이 중국과 세계에 보도되도록 함으로써 한국의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국제적 이해를 높였을 것이다.

중국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명분), 실리(이해관계)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맞춤형 대응책을 만들 수 있었다. 이런 것을 만드는 과정을 바로 '협상 전략 수립'이라 한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리더 중에는 이 협상의 '전략 수립'이라는 개념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협상의 효용은 이것뿐이 아니다. 시민들의 협상 역량이 커지는 것은 국내의 갈등 구조를 완화하는 데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노사(勞使·노동자와 경영자), 정부와 민간 등 사회 각 단체와 집단 간의 소통 역량이 훨씬 커진다. 공무원들이 민원(民願)을 처리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민원인의 이해와 수용도가 높아지도록 처리하는 것이다.

이 시대는 해외에서는 '군사력'이 그 위용을 잃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권위'와 '특권'이 힘을 잃는 시대이다. 이 '권위'를 대체할 새로운 힘을 확보하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 새로운 힘은 '협상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협상력'이란 단어는 여전히 소수의 전유물(專有物)처럼 인식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60만 대군(大軍)만큼, '60만 협상 대군'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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