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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651)... 복달임 음식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민어탕(民魚湯)


‘덥다 더워!’ 푹푹 찌는 폭염(暴炎, 불볕더위)이 계속되고 있다. 여름철 가장 더운 시기가 초복ㆍ중복ㆍ말복의 삼복(三伏)이며, 올해 초복(初伏, 7월 17일)과 중복(中伏, 7월 27일)은 지났고, 말복(末伏)이 오는 8월 16일이다.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삼복은 24절기(節氣)에는 속하지 않는다.


초복은 하지(夏至, 금년은 6월 21일)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ㆍ十天干이 庚으로 된 날), 중복은 하지로부터 네 번째 경일, 그리고 말복은 입추(立秋, 올해는 8월 7일)로부터 첫 번째 경일이다. 복날은 10일 단위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 20일이 거리지만, 해에 따라서 월복(越伏)인 경우 중복과 말복 간격이 20일이 되기도 한다.


찌는 듯한 삼복더위에 보양식(保養食)을 먹거나 시원한 물가를 찾아 더위를 이겨내는 일을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복날에 더위를 이겨내라는 뜻에서 고관대작(高官大爵)들에게 쇠고기와 얼음을 하사했다. 냉장고(冷藏庫)가 없던 옛날, 우리 조상은 삼국시대부터 얼음을 보관하는 석빙고(石氷庫)를 만들어 겨울철에 언 얼음을 보관했다가 무더운 여름에 꺼내 사용했다. 조선시대에는 수도인 한양에 동빙고(東氷庫)와 서빙고(西氷庫)가 있어 동빙고에 있는 얼음은 왕실에서 제사음식을 신선하게 올리는 데 사용했고, 서빙고의 얼음은 왕실과 고위관료들이 썼다.


옛 사람들은 ‘부채’ 바람으로 더위를 이겨냈다. 전기를 이용하는 선풍기(扇風機, electric fan)는 1900년대에 개발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외국제품을 모방한 선풍기를 제작한 후 국산화에 성공했다. 에어컨(air conditioner, 空氣淨化器)은 1902년 미국의 한 제철소에서 일하던 윌리스 캐리어(Willis Carrier, 1876-1950)가 발명했으며, 그는 에어컨 제조회사 ‘캐리어’를 창업했다.


캐리어는 뜨거운 증기를 채운 파이프 사이로 공기를 통과시키는 기존의 난방시스템의 원리를 뒤집어 냉매(冷媒) 사이로 공기를 통과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내는 에어컨을 발명했다. 1920년대부터 에어컨이 보급되면서 인류의 생활권은 빠르게 확장됐다. 싱가포르(Singapore)의 국부(國父) 리콴유(李光耀, 1923-2015) 총리는 “에어컨이 없었다면 싱가포르는 없었을 것”이라며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았다. 우리나라는 1975년 금성사(현재 LG전자)가 창문형 에어컨을 생산하였다.


1950년대 필자의 학창시절 大邱 우리 집에는 선풍기(日製)가 한 대 있어 온 식구가 마루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다가 선풍기의 모터 부위가 뜨거워지면 찬물수건을 선풍기에 올려놓곤 했던 것이 기억난다. 에어컨은 1960년부터 파인트리클럽(Pine Tree Club) 회의를 매주 토요일 오후 미국공보원(USIS)의 에어컨으로 냉방이 된 회의실에서 했다. 또한 필자가 1965년부터 근무한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에는 미국에서 수입한 에어컨이 사무실마다 설치되어 있었다. 당시 에어컨은 창문에 설치했으며 실외기가 따로 없어 아주 길쭉한 형태였다.  


예로부터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삼복에 즐겨 먹는 ‘복달임 음식’으로는 삼계탕(蔘鷄湯), 민어탕(民魚湯), 팥죽 등이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영양이 풍부한 뜨거운 음식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음으로써 체온을 조절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나는 지혜로운 풍속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복중(伏中)에 ‘민어탕’을 일품(一品)으로 여겨 ‘복달임’을 해온 관습이 있다.


여름 보약 민어(民魚, croaker)는 옛날부터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어류이며, 민어라는 이름처럼 ‘국민 생선’이다. 민어는 지방에 따라 방언(方言, dialect)도 가지각색으로 방언이 많다는 것은 예부터 우리 국민이 민어를 즐겨 먹었다는 의미가 된다. 서울과 인천 상인들은 두 뼘 미만인 것을 ‘보글치’, 세 뼘 내외인 것을 ‘어스래기’, 세 뼘 정도인 것을 ‘상민어’, 네 뼘 이상인 것을 ‘민어’라고 불렀다.


전남지방에서는 가장 큰 놈을 ‘개우치’라 칭하고, 법성포에서는 길이 30cm내외인 것을 ‘홍치’라 하며, 완도에서는 작은 민어를 ‘불둥거리’라 부른다. 옛 문헌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민어를 면어(鮸魚), 표어(鰾魚)라 하고, 민어새끼를 암치어(岩峙魚)로 기록했다. 전어지(佃漁志)에는 민어(鰵魚)로 기록되어 있다.


민어는 조기강,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는 몸길이는 다 자라면 1m가 넘는 대형 바닷물고기이다. 몸통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흑갈색이고 배 쪽은 밝은 회백색을 하고 있다. 몸은 옆으로 납작하고 아래턱은 위턱보다 짧고 턱에 2쌍의 구멍이 있다. 식성은 육식성으로 어패류, 다모류(多毛類), 갑각류 등을 주로 잡아먹는다.


민어는 동중국해로부터 일본에 걸쳐 분포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는 서해와 남해에 서식하며, 주로 수심이 40-120m에서 생활한다. 민어는 계절 회유를 하며, 겨울에는 제주 근해에서 월동을 하고 봄이 되면 북쪽으로 이동하며 산란기에는 연안으로 접근한다. 민어는 산란 전 살이 차오르고 기름이 풍부해지는 6-8월이 제철인 생선이다.


임금 수라상에도 오르는 민어는 예부터 부모님을 잘 봉양하지 못한 자식들은 후회하며 돌아가신 뒤에라도 드시도록 민어찜이나 민어전을 만들어 부모님 제상(祭床)에 올렸다. 민어의 살은 회나 전으로, 머리와 뼈는 탕으로, 껍질은 무침으로, 부레는 기름소금에 찍어 먹는 별미로 즐길 수 있다.


민어는 육질이 비교적 단단하고 흩어지지 않아 조리 원료로 많이 애용한다. 민어 구입 요령은 손으로 눌러서 단단하고 눈동자가 선명한 것을 선택한다. 손질법은 비늘을 긁고 아가미를 벌려 내장을 빼낸 후 흐르는 물에 씻고 토막을 쳐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깨끗이 손질한 민어는 냉장 보관하며, 장기간 보관 시에는 냉동 보관한다.


‘민어탕’은 먼저 된장과 고추장을 덩어리지지 않게 잘 풀어서 토장국을 끓인다. 이때 물 대신 쌀뜨물을 쓰면 좋다. 애호박은 반으로 잘라 반달 모양으로, 파는 굵은 채로 어슷하게 썰며, 생강과 마늘은 얇게 저민다. 끓는 토장국에 민어와 썰어놓은 채소를 모두 넣고 팔팔 끓인다. 민어살이 얼추 익으면 파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맛있는 매운탕이 된다. 지리탕을 만들 때는 멸치와 다시마로 낸 육수에 민어와 무ㆍ생강ㆍ마늘을 넣고 국물이 뽀얗게 되도록 끓인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마지막에 미나리, 대파, 청양고추를 넣고 끓이면 된다. ‘지리 소스’와 곁들어 먹으면 일품이다.


민어의 영양성분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비타민과 칼슘, 칼륨, 인 등 각종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다. 효능은 어린이 성장 발달 및 노약자와 환자 원기 회복에 좋다. 비타민 B1과 B2 등은 피로 회복을 돕고, 피부와 점막 등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민어 부레에 들어 있는 젤라틴(gelatin)과 콘드로이틴(chondroitin)이 노화 예방과 피부 탄력에 도움이 된다. 중국 광동성에서는 민어 부레를 만두피로 이용한 만두가 유명하다고 한다.


민어의 부레(鰾, swim bladder)로 만든 민어교(民魚膠)는 목공들이 고급 장롱, 문갑, 경대 등 가구를 비롯하여 국궁(國弓)을 만드는데 접착제로 애용했다. 민어교를 사용하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부레는 경골어류(硬骨魚類)의 체내에 위치한 공기 주머니이며, 물고기가 부력을 얻어 수면 가까이 올라오거나 반대로 물 속에 내려가는 등 수중에서 상하 이동을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기관이다. 


옛 문헌기록에는 “민어는 위를 열고 방광수(膀胱水)를 내린다”고 본초습유(本草拾遺)에 적혀 있으며, 일용본초(日用本草)에는 “민어는 오장(五臟)을 보하고 기운을 늘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가정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요법에는 ‘민어는 어린이 발육에 좋으므로 자주 먹이면 잔병에 걸리지 않는다’, ‘소화불량에는 민어를 불에 구어 먹으면 좋다’ 등이 있다.


민어(croaker, raw)의 주요 영양성분(per 100g edible portion)은 다음과 같다. 에너지 127kcal, 수분 74.4g, 단백질 19.7g, 지방 4.7g, 회분 1.2g, 칼슘 52mg, 인 139mg, 철 1.1mg, 나트륨 107mg, 칼륨 290mg, 비타민A 9RE, 비타민B1 0.05mg, 비타민B2 0.29mg, 나이아신 3.7mg, 비타민C 1mg.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Inter-Korean Summit)의 만찬 테이블에 ‘민어해삼편수(民魚海蔘片水)’가 올랐다. 민어는 칼로리가 낮고 지방함량이 적어 다이어트 식단으로 아주 좋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삼복더위에 복달임 일품 음식인 맛있고 영양가 높은 민어탕으로 기력을 보충하여 불볕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나가야 하겠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51). 2018.8.11(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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