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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668)... 노인의 삶의 질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품격 있는 노화(老化)와 임종(臨終)


서울대학교 의과대학(학장 신찬수)과 사단법인 대한보건협회(회장 박병주, 서울대 의대 교수)가 공동 주최한 <노인보건 공동심포지엄>이 지난 11월 28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서울대 의대 대강당에서 약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필자는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으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개회식에서 대한보건협회 명예회장 권이혁 박사(서울대 총장, 문교부ㆍ보건사회부ㆍ환경처 장관 역임)께서 축사를 했다. 금년에 95세(1923년생)이신 권 박사님은 우리나라 보건계 큰 어른이시며, 후학들에게 적어도 90세까지는 건강하게 사회활동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노인보건 심포지엄 주제 발표는 정현채 교수(서울대 의과대학)가 ‘죽음은 소멸인가, 옮겨감인가?’, 허대석 교수(서울대 의과대학)는 ‘의료집착’에서 벗어나기, 그리고 최병호 교수(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는 ‘노인의 삶의 질과 행복한 노화’를 발표했다.


생로병사(生老病死),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의 최대 욕망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기를 싫어하고 더욱이 죽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음을 향해 가고 죽음으로 접근해 가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웰빙(well-being)을 추구하고 웰다잉(well-dying)을 소망한다.


미국 제41대 대통령(1989.1.20-1993.1.20)을 역임한 ‘아버지 부시’ 조지 부시(George H.W. Bush, 1924년 6월 12일 출생) 전 대통령이 11월 30일 밤 10시 10분 텍사스주 휴스턴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94세 나이로 별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으로 수년간 휠체어에 의지해서 생활했다. 올해 4월 아내 바버라 여사가 사망한 이후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 7개월 만에 아내 곁으로 갔다. 미국 전역에서 애도 물결이 흐르는 가운데 12월 5일 국립대성당에서 국장(國葬)이 엄수됐다.


‘아들 부시’ 조지 부시(George W. Bush, 1943년 출생, 미국 제43대 대통령, 2001-2009)는 전화통화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게 당신이 얼마나 멋진 아버지였는지 말하며 “사랑한다”고 했고, 아버지는 “나도 사랑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임종은 그의 가족 외에 그의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이었던 제임스 베이커(88세)가 지켰다. 이날 아침 부시는 베이커에게 “우리가 어디 가는 거지?”라고 물었고, 베이커는 “천국”이라고 하자 부시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이네”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로마의 철학자, 정치가, 수사학의 대가인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 기원전 106-43년)는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이다”라고 말했다. 죽음을 내포하고 있는 생명의 본질과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은 인식에 이르게 되면, 살면서 부딪히는 고난과 역경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키케로가 62세에 쓴 <노년의 관하여>는 30대의 두 젊은이의 요청에 따라 로마의 명망 있는 대정치가인 84세의 카토가 노년의 짐을 어떻게 참고 견디는 것이 최선인지를 일러주며 노년에 대한 편견에 대해 반박하는 형식의 대화이다. 카토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포도주(葡萄酒)가 오래되었다고 모두 시어지지 않듯이, 늙는다고 모든 사람이 비참해지거나 황량해지는 것은 아님을 강조하면서 의미 있게 즐길 수 있는 노년을 역설했다.


키케로는 인간은 어느 시기에나 매력 있는 존재로, 나이를 먹을수록 소멸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새로 획득하는 장점이 있는 법이니 결코 노년을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그는 노년과 죽음에 대한 정신적인 공황을 희망의 언어로 치료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현대인들은 키케로가 인생에 대해 들려주는 철학적ㆍ인생론적 차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존경 받는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십 년 전까지는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떠나는 가족의 임종(臨終)을 가족 구성원이 보살피고 지켜보는 등 ‘죽음’이 일상사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자신의 집이 아닌 병원 중환자실에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의 경우도 1960-70년대에 별세하신 부모님은 집에서 운명하셔서 집에서 장례를 치렀다. 한편 2010년대에 병원에서 별세하신 장인과 장모님 장례는 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렀다.


우리나라는 임종 단계 환자가 연명의료(延命醫療, medical care for life prolongation)를 중단하려면 (1)환자가 미리 연명의료계획서나 (2)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둔 경우 (3)가족 중 2명이 ‘환자가 평소 연명의료를 원치 않았다’고 확인해줄 경우 (4)환자가 평소 가타부타 뜻을 밝힌 적 없지만 ‘가족 전원’이 동의한 경우 등 네 가지 중 하나에 해당돼야 했다.


그러나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약칭: 연명의료결정법)’의 개정에 의하여 2019년 3월부터 ‘만19세 이상 직계 전원’서 간소화하여 배우자와 부모ㆍ자녀 전원의 동의만 있으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이에 무의미한 연명의료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가족과 사랑, 화해, 용서 등으로 ‘향기’를 남기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증가 추세로 2007년 60.0%, 2013년 71.5%, 2017년 76.2%를 기록했다. 주요국가 사망자의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비율은 네덜란드 29.1%, 스웨덴 42%, 미국 43%, 영국 49.1%, 프랑스 57%, 일본 75.8% 등이다. 한편 말기환자가 원하는 임종 장소는 가정(57.2%), 호스피스(19.5%), 의료기관(16.3%) 등으로 조사되었다. 옛날 고승(高僧)들은 임종을 앞두고 나무꾼도 안 다니는 길로 자기가 걸음을 옮길 수 있는 데 까지 들어가 쓰러져 흔적도 없이 생을 마쳤다.


1952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일본 영화 ‘이끼루’는 영화제목은 ‘살다’ ‘생존하다’를 의미하지만 사실은 ‘죽음’을 다루고 있다. 즉, 죽음에 직면하면서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이야기로 시청의 말단 과장인 주인공은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후 실의에 빠져 있던 중, 몇 달 안 남은 마지막 삶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라도 끝마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이던 공원 조성을 온갖 난관을 이기고 이뤄낸 후, 공원 개장 전날 밤 그네에 앉아 나지막하게 노래를 부르다 숨을 거둔다. 


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이며, 60세 이상 노인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35%), 신체 질환(35%), 외로움, 고독(11%), 가정불화(9%), 이성문제(2%) 등으로 나타났다. 노인 연령대별 자살 사망률(단위: 명/노인 10만명당)은 65-69세 38.5명, 70-74세 51.1명, 75-79세 66.5명, 80세 이상 78.6명 등으로 나타나 고연령층 일수록 빈곤, 질병, 소외가 심화되어 자살률이 높다.


한국인의 마지막 10년은 오래 살면서 질병 등으로 오래 앓고서 죽는다. 내 뜻대로 안 되는 삶의 마지막을 요양병원 침대가 내 집이 되고 있다. 이에 준비 없이 길어진 삶과 망가진 가족관계 등은 가난하게 살았을 때보다 더 불행해진 우리의 노년(老年)이다. 바람직하지 못한 죽음이란 육신은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영적으로는 한(恨)을 품고 죽으므로 원한, 상처, 고통을 남긴다. 


노인의 건강 격차는 열악하고 고립된 지역일수록 오랫동안 축적된 사회적 문제, 제도적 문제 등으로 인해 일찍부터 정신적ㆍ신체적 질병을 경험하는 풍화이론(weathering hypothesis)이 작동한다.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2017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 전국 평균은 50.4명이다. 서울은 44.6명이며, 충북은 58.5명이다. ‘치료 가능 사망률’이란 현재 의료기술을 고려할 때 적절한 의료서비스만 제공되었다면 피할 수 있는 사망률이다.


2050년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되어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 비율이 38%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를 재앙(災殃)이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 건강하게 수명을 연장하는 혁신적인 과학-기술(science-technology)의 시대를 열어가고 고령화에 대응하는 기술진보가 새로운 혁신성장의 기회가 되도록 한다. 바이오테크놀로지, 정밀의학, 인공장기 등 기술발전이 건강수명을 연장할 뿐 아니라 웰다잉(well-dying)으로 이끌어 간다. 또한 노인을 돌볼 인구가 줄어들면서 돌봄기술(assisted devices)의 개발 등 복지기술(welfare technology)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행복한 노화(active and healthy aging)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는 과정을 말한다. 목표는 질병과 장애가 없으며, 건강한 신체, 높은 인지기능과 적극적인 노년기 삶의 자세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건강한 생활습관(운동, 식이, 금연, 절주)을 실천하고 주치의사와 약사를 통하여 질병 예방과 현명하게 약을 복용하도록 한다. 그리고 긍정적 자세와 나누는 삶을 실천하여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68). 2018.12.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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