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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675)... 석화(石花) 열풍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겨울철 굴


‘바다에서 나는 우유(牛乳)’, 돌에 붙은 꽃처럼 생긴 석화(石花) 등은 모두 굴(oyster)을 비유한 말이다. 전남 진도에서는 굴을 ‘꿀’이라고 부른다. 굴맛이 꿀맛처럼 달기 때문이다. 통통하게 살찐 굴의 속살이 우유처럼 뽀얗고 맛도 우유처럼 고소하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굴’만큼 애용되는 식품은 드물다. 굴은 어패류(魚貝類) 가운데 여러 영양소를 가장 이상적으로 함유하고 있는 영양식품이기 때문에 고대 로마 황제(皇帝)들도 굴 요리를 즐겼다고 한다. 


연체동물 ‘굴’은 껍데기가 둘인 이매패(二枚貝, bivalves)이다. 왼쪽 껍데기로 바위 등에 붙으며, 오른쪽 껍데기는 볼록해지는 정도로 작다. 두 껍데기의 연결부는 검은 인대(靭帶)로 닫혀 있으며, 몸의 중앙에 껍데기를 닫는 근육인 폐각근(閉殼筋)이 있다. 굴은 자웅동체(雌雄同體)이지만 생식시기에는 암수가 뚜렷해지며, 산란(産卵) 적온은 섭씨 22-25도이다. 플랑크톤(plankton)을 입수공(入水孔)에서 바닷물과 함께 들이마셔 아가미에서 여과시켜 먹는다.


굴의 종류는 세계적으로 100여 종이며, 우리나라에선 10여 종이 수확 및 양식되고 있다. 참굴, 벚굴, 강굴, 바윗굴, 떡굴 등이 있으며, 모양과 재배방식에 따라 반갈굴, 착각굴, 물굴, 월하굴, 소굴, 토굴, 벗굴(민물 굴) 등이 있다. 서양에선 태평양 굴과 대서양 굴로 나뉜다. 참굴은 우리나라 양식 굴의 주요 품종으로 모양은 둥근 형에서 가늘고 긴형으로 서식하는 장소, 환경 등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다.


굴은 바닷물이 차가울수록 살은 탱탱해지고 감칠맛도 진해지므로 추운 겨울에 가장 맛있다. 보통 설 명절 무렵 굴을 최고로 친다. 또한 강(江)과 가까운 바다에서 나는 굴과 깊은 심해(深海)에서 자라는 굴의 맛은 다르기에 국내에서 나는 굴의 맛이 지역에 따라 다채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큼직한 굴일수록 날것으로 즐기는 게 제일 맛있다.


자연산 굴은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등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는 지역에서 많이 난다. 한편 양식(養殖) 굴은 경상남도가 전국 생산량의 72%를, 그 다음으로 전라남도가 21%를 생산한다. 우리나라의 굴 양식(oyster culture)은 과거에는 개땅에 돌멩이를 던져 넣어 돌에 굴을 붙이는 투석식이였으나, 1960년대 수하식 양식이 보급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2010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세계 굴 생산량 460만t 중에서 중국이 78.3%, 한국이 6.2%, 일본 4.3%, 미국 3.4%, 불란서 2.1%를 차지했다.


수하식(垂下式) 굴 양식은 4-5월에 굴을 붙이는 조가비 엮는 작업을 시작한다. 조가비는 주로 가리비나 굴 껍데기를 사용하며, 긴 줄에 6.5미터 길이까지 조가비를 끼운다. 굴은 6-8월에 산란을 하므로 이 시기에 굴의 유생(幼生)을 조가비에 붙인다. 바다에는 굴의 유생이 대량으로 떠돌아다니는 때에 맞추어 조가비를 엮은 줄을 바다에 내리며, 이를 채묘(採苗, seed collection)라 한다.


굴의 유생이 붙은 ‘조가비줄’은 이제 ‘굴줄’이 되어 부표에 걸린 긴 줄에 묶여 바다에 내려진다. 굴줄은 40cm 간격으로 묶는데 줄의 길이는 100-200m이다. 이렇게 채묘한 굴은 두 번째 겨울에 거두므로 햇수로 2년 만에 거두며 깐 굴의 무게는 보통 8-12g이다. 채묘한 당해 겨울에 거두는 굴도 있으나 4g 정도로 잘다. 맛은 2년치의 큰 굴이 좋다.


한때 국내에서 생산된 양식 굴 중에서 알이 굵고 상품성이 높은 것의 30% 정도는 외국에 수출을 했다. 국내엔 값비싼 굴을 취급하는 식당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상황이 많이 달라져 국내에 전문 오이스터 바(oyster bar)가 문을 열었다. 서울 한남동, 청담동 등에 위치한 굴 전문식당에서 내놓는 석화 가격은 접시 크기에 따라 3만-6만원 정도다.


이에 외국의 고급 오이스터 바나 시푸드 바에서 먹을 수 있던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큼직한 상품(上品) 굴을 우리나라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굴을 초장에 찍어 먹는 게 전부라고 여겼다. 그러나 굴은 석류나 철갑상어 알젓 캐비아(caviar)를 곁들이면 더 맛이 있으며, 레몬즙만 곁들이거나 방울토마토나 딜(dill) 같은 허브를 얹어 먹어도 좋다.


굴의 종류도 다양하여 통영의 ‘스텔라 마리스’. 태안의 ‘오솔레 굴’, 고흥의 ‘블루 포인트’, 강진의 ‘클레오’ 등의 맛을 구분할 수 있으면 당신은 ‘굴’ 마니아(mania)이다. 굴에는 바다 내음과 바위 내음 등이 모두 묻어 있다. 따라서 굴 마니아들은 굴도 와인처럼 테루아(terroir), 즉 땅과 기후처럼 맛을 내는 전반적인 자연환경에 따라 맛이 달리진다고 말한다.


굴은 포도주(wine)와 가장 좋은 음식궁합으로 꼽힌다. 굴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맛을 오래 즐기려면 산미(酸味)가 있고 향이 좋은 음료가 어울린다. 산뜻하고 가벼운 맛의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샴페인도 좋다. 굴과 함께 마시기 좋은 와인에는 과일향에 살짝 달콤한 맛의 ‘블랙타워 클래식 리슬링’, 미네랄 풍미가 섞여 있는 ‘오이스터 베이 쇼비뇽 블랑’ 등이 있다. 진저에일(ginger ale) 같은 음료도 나쁘지 않다. 


인간은 맛과 영양이 일품인 굴을 오래전부터 즐겨 먹었다. 서양에선 기원전 1세기부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굴을 양식(養殖)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우리나라 굴 양식은 1887년 전남 고흥에서 양식을 시작했고, 1960년대 경남 통영에서 양식이 본격화되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식재료가 되었다. 한반도에서는 선사시대(先史時代)부터 굴을 먹었다. 당시 사람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가 쌓여 생긴 패총(貝塚)에서 가장 많이 출토되는 것이 굴 껍질이다.


우리나라 굴 조리법도 다양하게 발달하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星湖 李瀷: 1681-1763)은 성호전집(星湖全集)에 굴을 순무에 잘게 섞어 김치를 만들어서 술안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후기 학자 이옥(李鈺: 1760-1815)이 자신의 견문과 느낌을 기록하여 1803년(순조 3)에 완성한 백운필(白雲筆)에서 석화(굴)의 쓰임은 회가 최고이고, 그 다음은 무치는 것, 젓갈, 죽, 전을 만드는 것이며, 국으로 끓이는 것이 제일 못하다고 기술했다.  


1924년에 이용기(李用基)가 발간한 한국음식 책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굴밥, 굴김치, 굴장아찌, 굴전, 굴회가 등장한다. 전남 고흥의 다양한 굴 음식 중에서 으뜸으로 꼽는 것은 굴을 껍데기째 끓여 뽀얗게 국물을 우려낸 ‘피굴’이며, 경남 통영에선 설날 떡국에 굴을 넣어 먹는다. 전남 진도 지역의 별미는 ‘굴물회’다 생굴에다 쪽파, 고춧가루, 깨, 양파, 참기름, 매실액, 소금, 막걸리 식초를 넣고 버무리면 입에  착 달라붙으면서 술술 넘어간다.


전남 진도(珍島) 주민들은 굴 생산량은 통영과 여수가 많지만, 맛으로만 보면 진도 굴이 최고라고 자랑한다. 진도는 임회면 강계마을을 비롯해 의신면 도명마을 등에서 310어가(漁家)가 250ha에서 굴을 연간 560t을 생산해 약 80억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진도에서는 3월이면 종패(씨조개)를 여수에서 들이는데 굴은 자라는 바다의 환경 차이로 크고 나면 맛이 전혀 다르다. 진도 굴은 여수 굴보다 더 탱글탱글하고 향긋하며, 굴로 만든 굴찜, 굴물회, 굴파전, 굴떡국, 굴라면 등을 맛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굴을 대부분 양식(養殖)을 하지만 별도의 인공 먹이를 주지 않는다. 굴이 달라붙은 조개껍데기를 줄로 연결해 바다에 드리우면 굴은 물속에 떠다니는 부유(浮遊)생물인 플랑크톤(plankton)이나 여러 유기물들을 먹고 자란다. 굴 한 마리가 한 시간에 바닷물 약 1리터를 걸러내며 플랑크톤이 비정상적으로 번식해 수질을 오염시키는 부영양화(富營養化)현상, 적조현상을 막는다.


서양인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굴을 정력제(精力劑)로 여긴다. 우리나라는 굴을 무병장수(無病長壽)를 돕는 알약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산성식품인 굴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amino acid)에는 일반 곡류에 적은 라이신과 히스티딘 등이 풍부하여 소화 흡수가 잘 된다. 굴의 당질은 대부분 글리코겐(glycogen)으로 동물성 녹말이라는 별명이 있듯이 소화 흡수가 잘 되어 어린이, 노인, 병약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식품으로 권장되고 있다.


참굴(Pacific oyster)의 일반 성분(per 100g edible portion)은 다음과 같다.

<자연산(wild)> 에너지 85kcal, 수분 81.5g, 단백질 11.6g, 지질 3.2g, 회분 2.2g, 탄수화물 1.5g, 칼슘 109mg, 인 204mg, 철 3.7mg, 비타민A 27RE, 비타민B1 0.22mg, 비타민B2 0.33mg, 나이아신 4.2mg, 비타민C 4mg.

<양식산(cultivated)>  에너지 88kcal, 수분 80.4g, 단백질 10.5g, 지질 2.4g, 회분 1.6g, 탄수화물 5.1g, 칼슘 84mg, 인 150mg, 철 3.8mg, 비타민A 21RE, 비타민B1 0.20mg, 비타민B2 0.28mg, 나이아신 4.5mg, 비타민C 3mg.


금년 겨울철에 비타민과 무기질의 보고(寶庫)라고 불리는 굴을 충분히 섭취하면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 가족이 함께 굴 전문식당이나 오이스터 바(oyster bar)를 방문하여 색다른 굴맛을 만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양에서 R자가 안 들어 있는 5(May)ㆍ6ㆍ7ㆍ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이유는 산란기이므로 영양분도 줄어들고 여름철이라 식중독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75). 2019.1.2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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