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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678)... '살인(殺人)먼지'와의 전쟁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조용한 살인마(殺人魔) 미세먼지


세계보건기구(WHO)는 황산염, 질산염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추가 연구결과로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속속 밝혀지면서 이제 미세먼지는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미세먼지 저감(低減)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빗겨간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용한 살인마’ 미세먼지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2017년 5월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미세먼지 배출을 30% 감소시키겠습니다”고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해 “정부가 손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며 “미세먼지 해결은 국민 건강권(健康權)을 지키기 위한 국정 과제로, 미세먼지 문제를 혹한ㆍ폭염처럼 재난(災難)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정부에서 초미세먼지를 공식 측정한 후 지난해 초미세먼지 관련 주의보가 전국적으로 총 316회 발령이 나서 전년(2017년)의 128회 보다 2.4배 증가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월 25일 중국과 맞닿은 전남 영광 북서쪽 약 110km 서해상에서 인공강우(人工降雨, artificial rainfall) 실험을 수행했다. 그러나 인공강우의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던 전남 영광지역에선 비가 내리진 않았다.  


네이버 카페 ‘미세 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에 올라온 게시물 중에는 하늘을 회색 크레파스로 색칠한 그림을 들고 온 딸에게 엄마가 “하늘이 왜 회색이야?”라고 물었다. 딸은 “회색이라 회색으로 칠했는데 안 예뻐?”라고 되물었다. 엄마는 이런 일화를 소개하며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회색빛이 아닌 푸른 하늘을 보고 싶다.


우리나라 겨울철 기후 특성은 삼일은 춥고 사일은 따뜻한 삼한사온(三寒四溫)이나, 요즘은 삼한사온에 빗대 삼한사미(三寒四微)란 말이 등장했다. 즉 북풍이 부는 사흘은 춥고, 서풍이 부는 나흘은 중국발(發)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는다는 의미다. 미세먼지에 ‘한국산’ ‘중국산’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출처를 알 수 있을까. 지금의 미세먼지 출처 분석은 중국발 오염 물질이 우리나라 오염 물질에 비해 황산화물(黃酸化物) 농도가 높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황산화물은 석탄 연소 시 주로 발생하며, 중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석탄 연료 사용량이 많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는 선진국 도시의 두 배 수준이며, 중국은 한국의 세 배 정도였으나, 중국은 대기오염 방지 5년(2013-2017) 계획 동안 3분의 1정도 오염도를 떨어뜨렸다. 그래도 중국의 대기 오염도는 아직 한국의 두 배 정도다. 중국은 오염 배출을 결사적으로 줄였으나,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해 대기질(大氣質)이 정체 상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월 11-1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초고농도 미세먼지의 국외 영향이 69-82%로 평균 75%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전국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서울 129㎍/㎥, 경기 북부 131㎍/㎥, 경기 남부 129㎍/㎥ 등 대부분 지역에서 2015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 분류는 좋음(0-15㎍/㎥), 보통(16-35㎍/㎥), 나쁨(36-75㎍/㎥), 매우 나쁨(76㎍/㎥ 이상) 등으로 분류된다. 


서울의 초미세 먼지 일평균농도가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월 14일에는 실내ㆍ외를 막론하고 미세먼지를 피할 곳이 없었다. 광화문 인근의 경우, 광화문 광장(123㎍/㎥), 광화문 지하철역 대합실(125㎍/㎥), 카페와 식당 등 실내시설 중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을 초과하는 구역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排出源)에 대한 파악이 부족하다. 현재 환경부가 파악하고 있는 초미세먼지(PM 2.5) 관련 데이터는 2015년 통계이며, 이마저도 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즉 사업장, 건설기계, 경유차, 선박 등 어디에서 어느 정도의 배출량이 나오는지에 대한 통계가 부실하다. 국내 전체 초미세먼지 배출량의 16%, 수도권의 경우 20%정도가 비도로 이동 오염원이다.


비도로(非道路) 이동 오염원이란 선박, 건설기계, 항공기 등과 같이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움직이는 물체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을 말하며, 이는 자동차와 같은 도로 이동 오염원과 대비시킨 개념이다. 예를 들면, 국내 선박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3만2300톤 수준이며, 초대형 크루즈선(cruise ship)이 뿜는 이산화황 배출은 경유차 350만대 분량과 맞먹는다. 이에 부산은 7대 도시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1위이다.


그동안 초미세 먼지가 기관지(氣管支)와 폐포(肺胞)에 도달해 염증을 일으키는 등 호흡기 계통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많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코로 들어간 초미세 먼지가 혈관을 타고 바로 뇌(腦)를 공격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인간의 뇌에는 혈액ㆍ뇌 장벽(Blood Brain Barrier)이라는 구조가 있어 이물질이 뇌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데,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아주 작아 이를 통과해 뇌에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코를 통해 들어간 초미세먼지가 후각신경구(olfactory bulb)를 통해 뇌로 들어가 문제를 야기하거나, 초미세먼지가 코 상피세포에 영향을 미쳐 뇌에 염증을 일으킨다. 초미세먼지가 허파(肺)를 자극해 뇌에 염증을 유발하는 매개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을 발생시킨다. 초미세먼지나 사이토카인이 혈관을 타고 뇌로 이동하여 뇌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뇌졸중, 치매, 우울증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65-79세 여성 3647명을 대상으로 초미세먼지 농도와 치매(癡呆) 발생률의 관계를 2017년에 분석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이 낮은 지역에 사는 여성에 비해 인지기능 저하 위험성과 치매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로 침투한 초미세먼지가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깨기 때문이다.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초미세 먼지 농도와 질병 등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1만1900명이 초미세 먼지로 조기(早期)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5646명(47.4%)은 뇌졸중(腦卒中)으로, 3303명(27.3%)은 심장질환, 2338명(19.6%)은 폐암으로 사망했다. 초미세 먼지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신체 내 염증반응 증가, 동맥경화 악화,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 등을 유발해 뇌졸중을 일으킨다.


이화여대 의대 하은희 교수팀은 미세먼지 농도가 10마이크로 올라가면 저체중아(低體重兒) 출산 위험이 7.4%, 태아를 사산(死産)할 위험이 13.8% 높아진다고 지난해 밝혔다. 서울대 의대 민경복 교수(예방의학)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성인 26만5749명의 거주지별 주요 대기오염물질 농도와 자살 발생률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자살률이 4.03배 높았다. 


대한폐암학회(Korean Association for Lung Cancer)가 2018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여성 폐암 환자는 2000년 3592명에서 2015년 7252명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이들 환자 중 87.6%는 한 번도 흡연한 경험이 없는 비흡연자(非吸煙者)였다. 폐암발병 원인은 생활 속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즉 간접(間接)흡연, 라돈, 실외 미세먼지뿐 아니라 조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대표적이다.


고온에서 굽거나 요리할 때 음식이 타면서 생기는 벤조피렌(benzopyrene)은 발암물질로서 인체에 축적될 경우 각종 암을 유발한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 연구팀이 일반 식당에서 흔히 하는 방법으로 스테이크 조각 17개를 15분간 가열했더니, 발암물질인 나프탈렌(naphthalene) 성분이 검출됐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상승했다는 결과를 2010년에 발표했다.  


‘미세먼지 생활수칙’은 ▲실내보다 실외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므로 운동 등 실외활동을 자제한다, ▲외출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보건마스크(Korea Filter KF80 이상)을 착용한다, ▲외출 후 미세먼지가 묻은 옷이나 가방 등을 털고,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체내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되므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환기를 안 하면 오히려 실내 공기가 나빠지므로 적당한 환기가 필요하다,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면 오히려 먼지가 발생하므로 물걸레로 청소한다 등이다.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 사태를 국난(國難)으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미세먼지 대책은 국가에서 추진하여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원인 파악부터 제대로 하여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중국정부의 확고한 조치를 촉구하여야 한다. 국민들은 ‘미세먼지 생활수칙’을 잘 지켜야 하며, 문재인정부는 미세먼지 30% 감축 공약을 이행(履行)해야 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78). 2019.2.1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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