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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687)... 폐(肺)섬유증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조양호 회장, 폐섬유증으로 별세


지난달 3월 10일 가족과 함께 베트남 하노이로 여행갈 때 인천공항에서 우리나라 국적기(國籍機) 대한항공(KE-483)에 탑승하였으며, 13일 귀국때도 대한항공(KE-484)을 이용하였다. 대한항공(Korean Air) 기내잡지 ‘MorningCalm(모닝캄)’ 3월호는 대한항공 창립 50주년(50th Anniversary) 특집으로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조양호 대표이사 회장(Cho Yang Ho, Chairman & CEO)은 “감사와 보답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겠습니다”는 제목의 50주년 기념사에서 “.... 대한항공은 지난 반세기 동안 고객과 국민 여러분 덕분에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의 사랑과 국민의 신뢰는 대한항공의 두 날개가 되었고, 이 날개로 힘차게 비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항공은 창립50주년을 맞아, 고객과 국민 여러분을 향한 진심 어린 ‘감사’로 새로운 100년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소중한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여러분이 보내 주신 사랑과 성원에 보답해 나아갈 것입니다. ....”


그러나 애석하게도 자산 규모 재계 14위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4월 8일 미국 LA 한 병원에서 폐(肺)질환으로 향년 7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이 지난해 12월부터 미국에 머물다 올해 초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으나, 최근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수시로 회사 업무보고를 받을 정도의 건강 상태를 유지했으나 지난 3월 27일 개최된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등의 반대에 부딪혀 등기이사직을 박탈당한 뒤 충격으로 병세가 급속히 악화됐다고 대한항공 측은 밝혔다. 미국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한 조양호 회장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유언(遺言)을 남겼다고 한다. 삼가 故人의 冥福을 빕니다.


조양호 회장은 술과 담배를 못 했고, 풍경 사진을 찍는 게 취미였다. 그는 “한국은 자본주의이면서 자본주의가 아닌 문화가 있다. 재벌(財閥)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니까 내가 해도 되는 범위를 정해 놓았다. 다른 잡념이 안 생기게 워크홀릭(workholic)처럼 일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에서 최악의 적폐(積弊) 대상이 되어 지난해 4월부터 8개월 동안 11개 정부기관이 교대로 18번의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조양호 회장 일가족은 모두 조사 대상이 됐고, 포토라인(photo line)에 선 횟수는 14회였으나, 조양호 회장은 원망과 분노 같은 개인 감정을 일절 드러내지 않았다. 조 회장을 포함, 한진 오너 일가에 대한 구속영장은 5차례 모두 기각됐으며, 조현민 前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폭행’ 의혹에 대해 검찰은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는 <최보식 칼럼> ‘조양호 회장의 죽음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視線)’에서 “그의 죽음이 언론과 시민단체, 정권이 합세한 ‘인민재판’의 결과가 아니라고 누가 부인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IATA) 전략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IATA는 전 세계 120국 290개 민간 항공사 모임으로, IATA 회원사는 세계 항공 교통량의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알렉상드르 드쥐니악(Alexandre de Juniac) IATA 회장은 “대한항공은 1969년 창립 이후 눈부신 업적을 달성했고, 지금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항공업계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대한항공은 1989년 IATA 회원사로 가입한 이후 항공업계에 필요한 임무를 수행해 내는 데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 왔다. 올해 IATA 연차총회가 대한항공 50주년 축하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항공 업계의 UN회의’라 불리는 IATA 2019년 연차총회는 6월 1-3일 서울에서 열리며, 조양호 회장이 의장직을 맡기로 돼 있었다. 

  

조양호(趙亮鎬)는 조중훈(趙重勳, 1920-2002) 한진그룹 창업주 장남으로 1949년 3월 8일 인천에서 출생했다. 1975년 인하대학 공영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남가주대학(USC)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1979년에 취득했으며, 인하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하여, 92년 대표이사 사장, 99년 회장, 그리고 2003년에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조양호 회장은 ‘수송보국(輸送報國)’ 정신으로 우리나라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그가 최고경영자로 재임(1992-2019)하던 동안 항공기는 77대에서 166대로, 취항노선은 20개국 52도시에서 44개국 124개 도시로 넓히며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도약했다.


조양호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부회장, IATA 집행위원, 한ㆍ불최고경영자클럽 회장, 한ㆍ일경제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체육분야에는 대한체육회 부회장, 탁구협회장을 역임했으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세계 곳곳을 찾아 110여명 IOC 위원 대부분을 만나 설득하여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조 회장은 100억 이상을 탁구 발전을 위해 지원했으며, 미국 남가주대 한국학연구원 발전기금으로 10만달러를 기부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2002년 82세를 일기로 타계하기 전에 사재(私財) 1000억원을 공익재단과 그룹 계열사에 쾌척한 바 있다.


조양호 회장은 금탑산업훈장(1994), 프랑스 레종도뇌르 코망되르훈장(2004), 몽골 북극성훈장(2005), 우즈베키스탄 도스트릭훈장(2011), 프랑스 레종도뇌르 그랑오피시에훈장(2015) 등을 수훈했다. 국제항공화물협회(TIACA)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헌액(2009)되었다.


국내외에서 조양호 회장의 타계 소식을 접하고 많은 조문(弔文)을 보내왔다. 예를 들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조양호 회장의 타계 소식을 접하게 돼 IOC는 매우 비통하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헌신하여 동계올림픽의 성공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추도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조 회장은 지난 20년간 IATA 최고 정책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혜안(慧眼)을 갖고 현안에 대한 해답과 항공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어 큰 공헌을 해왔다. 오는 6월 열릴 연차총회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그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의 모교인 미국 남가주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도 장문(長文)의 글을 통해 조 회장을 애도하면서 그의 업적을 나열했다.


요즘 한국인은 보통 80-90세는 사는게 추세인데 조양호 회장은 70세에 별세하여 너무 일찍 하늘나라로 떠났다. 또한 우리나라 재벌 회장들은 유독 폐(肺)질환에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하여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최종현 SK 회장 등이 폐질환으로 타계했으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폐암(肺癌) 수술을 받은 바 있다.


한자(漢字)로 폐(肺)는 ‘육달월(月)’ 옆에 ‘시장시(市)’가 붙은 것인데 왜 시(市)가 붙었는가? 이는 시장에서 상인과 많이 관련되는 장기라는 뜻을 내포하며 사람들이 북적되어 먼지가 많은 시장에서 오래 장사하다보면 폐에 타격이 올 수 있다. 폐는 하늘의 천기(天氣)를 들이마셨다가 내뱉는 기능을 한다. 음양오행(陰陽五行)에서는 슬픔이 폐를 친다고 본다. 즉, 슬픔을 겪는 일이 많으면 폐에 이상이 온다는 뜻이다. 


조양호 회장의 사망원인(死因)으로 알려진 폐섬유증(肺纖維症, pulmonary fibrosis)이란 말랑한 폐조직이 굳어서 심각한 호흡장애가 오는 병으로 거의 대부분 원인을 모른다. 우리나라 폐섬유증 환자는 고령화로 인하여 증가 추세이며, 약 1만명이 치료받고 있다. 폐섬유증 말기에는 인공호흡기를 장착하는 등 일생생활이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 환자 3명 중 1명 정도는 병이 급속히 진행되어 진단받은 지 얼마 안 돼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폐섬유증을 동반한 기타 간질성 폐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7년 1만2450명으로 2012년 8652명보다 43.8% 증가했다. 남성 환자(68%)가 여성보다 많으며, 연령별로는 70대가 39%, 60대 29%, 80세 이상 17%, 50대 11% 순이었다. 폐섬유증은 대개 50대 후반에 생기기 시작해서 70세 전후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폐(lung)에 섬유질 결합 조직이 과다하게 누적되면 허파꽈리들이 두꺼워져 산소 교환이 이뤄지지 않아 호흡장애가 생긴다. 환자 대부분은 “계단을 오를 때 예전보다 숨이 차다”고 말한다. 이 병에 걸리면 폐에 염증이 생기고 딱딱하게 굳으면서 기도와 폐에 자극을 주고 마른기침을 자주 한다. 움직일 때마다 호흡곤란 증상을 겪으면 저산소증(低酸素症, hypoxia)이 올 수 있고, 손가락 끝이 둥글게 되는 곤봉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폐섬유증의 위험요소는 흡연, 항우울제 복용, 역류성식도염, 중금속, 바이러스 감염 등이지만 확실하지 않다. 즉 직업적, 환경적, 유전적, 방사선 노출 등이 지목될 뿐이다. 이에 원인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알려진 예방법도 딱히 없다. 지난 2011년 위해성이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도 폐섬유증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폐섬유증을 진단하려면 폐기능검사, 흉부 방사선(X-ray), 고해상도 단층촬영(HRCT), 기관지내시경, 조직검사 등을 실시한다. 치료는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제, 항섬유화약 등을 처방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승인한 ‘피르페니돈’ 등이 나와 있지만,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뿐이다. 약물치료로 낫지 않으면 폐이식을 고려해볼 수 있으며, 비교적 전신 상태가 양호할 때 폐 이식을 받아야 성공 확률이 높으나 예후는 환자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조양호 회장의 급서에 대해 폐 전문의들은 조 회장이 70세 고령이며, 최근 몇 년간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려 증상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폐가 굳은 노인들이 갑자기 증세가 나빠져 숨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인간은 신(神)이 아니므로 일생동안 크고 작은 과오(過誤)를 저지르게 마련이므로 상대방의 공과(功過)를 구분하여 평가하여야 한다. 우리는 ‘功’이 9, ‘過’가 1인 경우에도 90% ‘공’은 덮어두고, 10% ‘과’를 내세워 상대방을 비판한다. 功이 過에 가려 가볍게 다뤄져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을 ‘갑질(bossy)’로 비판할 때 먼저 자기 자신은 ‘甲질’을 하지않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성경(요한복음/John 8장 7절)에도 음행(淫行)하다 잡혀온 여인에게 돌을 던져 처벌하려고 할 때 예수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If any one of you is without sin, let him be the first to throw a stone at her.)”고 말하니 모두 양심의 가책(呵責)을 느껴 물러섰다. 우리는 이 글귀를 항상 염두에 두고 행동하여야 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87). 2019.4.20(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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