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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741)... 코로나 ‘보릿고개’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코로나 사태와 식량 대란(食糧大亂)


인류 역사의 분기점으로 BC(Before Christ, 그리스도 이전)와 AD(Anno Domini, 그리스도의 해)가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 1953년生)은 “앞으로 세계 역사는 ‘BC(Before Corona, 코로나 이전)’와 ‘AC(After Corona, 코로나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코로나사태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장기화하면서 ‘식량 대란(食糧大亂)’이 촉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는 사람은 물론 식량까지 국경을 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곡물 수출을 금지하거나 수량을 축소하고 있다. 인도와 태국에 이은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3월 24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으며, 캄보디아도 4월 5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다. 베트남은 최근 쌀 수출을 재개했지만 수출량 조절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러시아는 3월 20일부터 밀과 쌀, 보리 등 모든 곡물에 대한 수출을 막았고, 세르비아와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등도 주요 작물의 수출을 금지했다. 글로벌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 제한 혹은 중단에 나선 것은 자국 내에서 벌어진 사재기와 곡물가격 상승 우려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2일 국제 쌀 가격 기준인 ‘태국 백미(白米)’가 1톤 당 560-570달러에 거래되면서, 2013년 4월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래학자들도 조만간 세계적 식량 대란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식량 대란이 닥쳤을 때 가장 곤혹스러워할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식량 해외 의존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쌀과 달걀을 빼곤 거의 모든 식품을 해외에서 수입해서 먹고 있다. 이에 식량안보(食糧安保)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ㆍ보리ㆍ콩 등의 식량자급률(食糧自給率)은 2018년 기준 46.7%이며, 가축 사료(飼料)용까지 포함한 곡물(穀物)자급률은 21.7%에 불과하다. 식량자급률 품목에는 채소류ㆍ과일류ㆍ육류 등도 있다. 식량자급률은 1970년대 80%대를 유지했지만 1990년대 농산물 시장 개방과 함께 34%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5년간은 50% 전후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의 주식인 쌀의 자급률은 2018년 기준 97.3%이지만, 자급률이 높은 이유에는 매년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요인도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970년 136.4kg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여 2019년에는 59.2kg으로 전년보다 3.0%(1.8kg) 줄었다. 이는 하루 쌀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162.1g 수준으로 밥 한 공기 반 정도를 먹으며, 간편식이나 빵, 과자 등 식사 대용품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늘면서 쌀 소비량이 줄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밀,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8년 기준 보리쌀 자급률은 32.6%, 콩 25.4%, 옥수수 3.3%, 밀 1.2% 등이다. 사료용을 더한 곡물 자급률은 콩은 6.3%, 밀과 옥수수는 각각 0.7%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지면적도 해마다 줄어 1970년 전체 국토의 23.3% 수준에서 2016년엔 16.4%로 감소했다. 국민 1인당 경지면적도 0.04ha로 세계 평균(0.24ha)에 비하면 매우 협소하다.


우리나라는 기후 변화 등으로 국제 곡물 생산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식량 대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의 항구가 닫혀 발생하는 식량전쟁의 영향은 수입 곡물을 이용한 가공식품에 나타날 수 있다. 즉 수입 곡물로 만드는 라면, 과자 등 가공품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6-2008년 국제곡물가격 급등으로 2008년 수입 곡물을 사용한 제품의 국내 물가가 2000년에 견줘 식품은 70%, 사료값은 45%나 폭등했다.


2000년대 들어 2006-2008년과 2010-2011년 두 번의 곡물 파동을 겪으면서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급할 때만 대책을 찾다가 상황이 사그라지면 유야무야(有耶無耶)하는 게 그간 우리의 식량안보 수준이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식량공급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이에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契機)로 정부의 정책이 탈바꿈돼야 한다.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이란 대외 의존적인 곡물을 수입 방식에서 벗어나 민관(民官)이 합동으로 해외 곡물 유통사업에 진출하여 일정 물량을 독자적으로 들여오는 체계를 의미한다. 포스코(POSCO)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9월 세계 5대 곡물수출국인 우크라이나(Ukraine)의 흑해(黑海) 미콜라이프항에 연간 250만톤 규모의 곡물 수출터미널을 준공했다. 이 곡물터미널을 국가곡물조달시스템 구축 차원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1992년에 우크라이나와 수교했으며, 최근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 진단키트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사람은 ‘배고픔’을 가장 두려워한다. ‘보릿고개’를 아시나요? 보릿고개란 농촌에서 하곡(夏穀)인 보리가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가을에 수확한 식량이 다 떨어져 굶주릴 수밖에 없게 되는 4-5월의 춘궁기(春窮期)를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보릿고개’는 1960년대까지 이어졌으나, 박정희(朴正熙, 1917-1979) 대통령이 주도한 산업화와 경제개발로 사라졌다. 한편 북한은 아직도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는 1961년 초 파인트리클럽(Pine Tree Club) 회장으로 선임된 후 클럽 회원들과 사회봉사의 일환으로 ‘보릿고개’에 직면한 농촌의 절량농가(絶糧農家)를 돕기 위하여 모금활동을 했다. 클럽 회원들의 성금(donation)을 위시하여 가두모금도 실시했으며, 당시 반도호텔(현 롯데호텔 위치) 스카이라운지 등도 방문하여 모금을 한 기억이 있다.


모금액은 한국일보에 전달했으며, 한국일보 1961년 3월 19일자와 3월 26일자 신문에 게재되었다. “돈 기탁 파인트리클럽 회원: 절량농가구호금 모으기에 발벗고나선 약80명의 대학생들로 구성된 ‘파인트리클럽’ 회원들은 전원이 뜻을 모아 가두모금운동을 계속 중인데 19일 현재까지 거둬진 현금8만5백90환과 미화1달라60센트를 본사에 기탁해왔다.” “두 번째 6만여환 파인트리클럽서 기탁: 25일 파인트리클럽(회장 박명윤)에서는 2차에 걸쳐 가두모금에 전원이 동원하여 모금된 현금6만천10환을 본사에 기탁.”


파인트리클럽은 농촌지원사업을 위하여 ‘모범농촌회(Model Farm Project)’를 1961년 10월에 조직하여 사업계획을 수립하였다. 1962년 1월 13일 경기도 양주군 화도면 묵현리 직동부락과 자매결연을 맺고 매주 일요일에 부락을 방문하였다. 소득증대사업으로 양계장, 양돈장 등을 설치하였다. 부락에 도서실을 꾸미고, 공동목욕탕을 짓고, 부엌 개량사업도 실시했다. 클럽 회원 중 의과대학과 치과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무료의료봉사를 했다. 여름과 겨울 방학에는 회원들이 부락에 거주하면서 농촌계몽활동을 전개했다.


1970년 4월에 박정희 대통령이 제창한 ‘새마을운동’을 파인트리클럽에서는 자매결연을 맺는 직동부락에서 1962년 1월부터 시작했다. 당시 여러 신문(한국일보, 대한일보, 조설일보, 대학신문, The Korean Republic, The Pipeline 등)에서 파인트리클럽의 농촌지원사업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962년 4월 15일자 신문에 이규태 기자의 “두메에 이룩된 ‘理想村’ 벅찬 희망속에 살아가는 ‘直洞’ 돌산 깎아 집짓고 학생들과 제휴, 개발사업 전개”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1958년 11월 3일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12명이 조직한 파인트리클럽을 필자가 ‘인재양성ㆍ사회봉사ㆍ국제친선’ 3대 목표로 서울을 위시하여 대구ㆍ부산ㆍ광주에 클럽을 설립하여 한국파인트리클럽(Pine Tree Club of Korea)으로 1961년에 확대 개편하였다. 창립50주년행사를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하였으며, 60주년행사는 국내외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지난 2018년 11월 3일에 개최하였다. 지난 60여년간 약1만2천명 회원을 배출하여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TV조선에서 주최한 ‘미스터트롯’ 선발대회에서 최종 7인 중에서 5위를 한 13세 초등학교 6학년생인 정동원 군은 예선에서 ‘보릿고개’를 불러 본선에 진출했다. 가수 진성(본명: 진성철, 1960년生)이 작사하여 2016년에 발표한 보릿고개 1절 가사는 다음과 같다. “아야 뛰지마라/ 배 꺼질라/ 가슴시린 보릿고갯길/ 주린 배 잡고/ 물 한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에/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 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어머님의 한숨이었소.”


보릿고개를 경험한 현재 고령층들은 ‘보릿고개’ 노래 가사에 동감을 할 것이다. 어머니는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먹이지 못하였기에 뛰어노는 것도 심지어 우는 것도 배가 꺼질 수 있다고 말렸던 어머니의 가슴시린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주린 배를 물 한 바가지로 채우신 어머님의 한숨이고 통곡이었다고 작사자(作詞者)는 토로(吐露)했다. 김성주 MC의 물음에 정동원은 3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가 양육했으며, 할아버지가 즐겨 부르는 트로트(trot)를 듣고 배웠다고 했다. 폐암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보릿고개’의 내용과 초근목피(草根木皮)의 뜻을 알려 주었다고 한다. 한국인에게는 ‘밥심’이 최고!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건강칼럼(741) 20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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