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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745)... 보건학분야 큰 스승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우강(又岡) 권이혁(權彛赫) 박사


매년 계절의 여왕 5월이 되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졸업생 대표들이 ‘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우리나라 보건분야 큰 스승이신 우강 권이혁(又岡 權彛赫) 선생님을 모시고 사은행사(謝恩行事)를 개최한다. 올해는 지난 5월 8일 오전 11시 서울대 연건동 캠퍼스에 위치한 의과대학동창회관 2층 함춘회관에서 사은행사를 했다. 행사에는 70-80대 연령층의 제자 20명이 참석하여 올해 98세이신 선생님의 만수무강(萬壽無疆)을 기원했다.


권이혁 선생님의 아호(雅號) ‘우강(又岡)’은 ‘또 하나의 언덕’을 맞이한다는 의미다. 즉 인생은 언덕의 연속이며 언제나 또 하나의 언덕을 맞아한다. 우리나라 근현대사(近現代史)가 수많은 변화 속에 도전을 이겨내며 발전을 이뤘듯이 권이혁 선생님도 인생에 찾아온 언덕을 피하지 않고 매번 기꺼이 오르고 넘었다.


임국환 교수(고려대 명예교수) 사회로 먼저 사은행사에 참석한 보건대학원 제자들이 각자 근황을 소개한 후 신광순 교수(서울대 명예교수)가 참석한 제자들을 대표하여 인사말을 했다. 그리고 권이혁 선생님께 임재은 교수(보건대학원 명예교수)가 꽃다발을, 정문식 교수(보건대학원 1회 졸업생, 보건대학원장 역임)가 사은품을 증정했다. 우강 선생님께서는 매년 사은행사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하신다며, 제자들에게 격려 말씀을 해주셨다. 우강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삶의 정점은 아흔 살이라고 말씀하시어, 필자도 앞으로 10년을 더욱 열심히 활동할 것을 다짐해 본다.  


오찬은 중식 코스요리를 맛있게 먹으면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었다. 필자는 내년이 권이혁 선생님이 만99세가 되는 해이므로 ‘백수(白壽) 축하연’을 시내 호텔에서 100명을 초청하여 개최할 것과 ‘백수기념 문집’을 발간할 것을 제의했다. 오찬 후에 주혜란 박사(전 용산구보건소장)가 축가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스승의 은혜’를 합창하였다. 나비넥타이(bow tie)를 매고 나오신 권이혁 선생님과 단체사진을 찍은 후 폐회했다.


권이혁 선생님은 후학들을 아끼는 마음이 각별하다. 2016년 12월 8일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도서관 건축헌금으로 1억원을 쾌척하셨다. 선생님께서는 “1974년 의대학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지은 도서관을 다시 짓는다니 감개무량하다”며 “학생들이 생명의 가치를 배우고 사회에 기여하는 의사로 성장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우강 선생님은 서울의대 1회 졸업생이다.


권이혁 박사님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제10대 원장으로 1976년 4월부터 1978년 4월까지 재임하셨다. 필자는 보건대학원에 1974년 3월에 입학하여 1976년 2월에 보건학석사(MPH)학위를 취득하였기에 권이혁 교수님의 강의를 직접 수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권이혁 박사님께서 1975년 대한보건협회(Korea Public Health Association) 초대회장(현재 명예회장)으로 활동하실 때 필자가 협회 사업부장(현재 자문위원)으로 권이혁 회장님을 보필했다.


당시 필자는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기획관리관으로 근무하면서 유니세프 지원 보건(Health)사업과 영양(Nutrition)사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보건사업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금연(禁煙) 포스터 3종을 제작하여 전국 보건소에 배부했다. 포스터는 한국소비자연맹(당시 회장 정광모)이 공모한 작품 중에서 우수작을 선정했으며, 대한보건협회ㆍ한국소비자연맹ㆍUNICEF 공동명의로 제작했다. 비용은 유니세프에서 전액 부담했다.


권이혁 선생님은 전문서적으로 공중보건학, 인구ㆍ보건ㆍ환경, 도시인구에 관한 연구 등 15권을 위시하여, 비전문서적으로 또하나의 언덕, 우강 에세이 등 24권을 집필하셨다. ‘우강 에세이집’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한 권씩 총 12집을 출판하였으며, 책 제목은 여유작작(제I집)/ 온고지신/ 마이동풍/ 어르신네들이시어 꿈을 가집시다/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자/ 청춘만세/ 인생의 졸업과 시작/ 여생을 즐기자/ 평화와 전쟁/ 유머가 많은 인생을 살자/ 천천히 서둘러라/ 칭찬합시다(XII집) 등이다.


제자들의 선행에 대하여 칭찬을 많이 하시는 권이혁 선생님의 에세이 <칭찬합시다> 글 중 일부를 인용하면 “남을 칭찬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남을 칭찬하는 습관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째서 이 당연한 희망과 바람이 자리 잡기 힘든가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사람인 까닭’이라고 생각한다.” “<칭찬합시다>는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인생슬로건이다. 남의 장점을 찾고 칭찬해주는 일이 습관화되기를 다시 한번 기원하며 이에 더하여 <사랑합시다>도 고려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기술했다.


우강 선생님의 에세이집의 제목들은 모두 당신의 ‘인생 슬로건(slogan)’이라고 말했다. 인생 슬로건이란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생활철학이 있고 이에 따르는 인생 격언이 있게 마련인데 우강 선생님은 이런 격언이나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을 말해 주는 문구들을 한미다로 ‘인생 슬로건’이라고 부른다. 즉 인생 슬로건은 인생의 모토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간략한 격언이다.


2008년 5월에 발간된 <보건학과 나>는 보건학 분야의 원로 51명이 한국 보건학의 역사와 보건분야에 종사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정리한 대한민국 보건학을 알리는 모음집이다. 권이혁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설립과 나’를 집필하셨으며, 필자는 ‘보건영양(保健營養)과 나’를 실었다. 2016년 5월에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제자 중 필자를 포함한 32명이 글을 모아 <又岡선생님과 함께한 사람들>을 출판하였다.


1923년 7월 13일 경기도 김포에서 출생하신 권이혁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국 미네소타대학 보건대학원,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서울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영득하였다. 1956년부터 서울대 의과대학 조교수, 부교수, 교수를 거쳐 서울대 의과대학장, 보건대학원장, 서울대병원장, 서울대학교 총장을 역임하였다.


1983년 문교부 장관, 1988년 보건사회부 장관, 1991년 환경처 장관을 역임하였다. 그리고 한국교원대학교 총장, 학교법인 성균관대학 이사장,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 대통령자문 국민원로회의 위원,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총재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세계학술원 회원,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국제보건의료재단 명예총재, 대한보건협회 명예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간이 몸이 아픈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즉 유전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건강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생활환경이 해롭거나 개인의 생활습관이 나빠서 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질병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예방의학(豫防醫學)과 인간집단의 건강문제를 다루는 보건학(保健學)은 한 쌍처럼 건강지킴이로 작용한다.


1947년 서울대 의과대학 제1회 졸업생인 권이혁 선생님을 포함한 108명은 우리나라 의료계의 개척자이자 선구자로 활약했다. 권이혁 선생님은 진로로 선택한 ‘예방의학’에 재미를 느껴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조교 시절을 보낼 때 수의학(獸醫學) 강의를 맡았지만 1950년 북한의 6ㆍ25남침전쟁이 발발하여 계속할 수 없었다. 그는 전쟁 중 미군(美軍) 제9군단 민사처(Civil Assistance Office)에서 설치한 병원에서 원장을 맡아 춘천과 포천 등에서 진료소를 운영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3년간 병원행정을 도맡아 한 공로로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훈장(Medal of Freedom)을 1954년에 받았다. 이후 그는 미네소타대학 의대 출신인 미 제9군단 의무(醫務)담당 하이트 대위의 추천으로 미국 유학을 떠나 1955년부터 1년간 미국의 선진보건 기술을 배우고 미네소타대학교(University of Minnesota)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귀국 후 우리나라 최초의 보건대학원(Graduate School of Public Health)을 설립하는데 산파 역할을 했으며, 1959년 1월 13일 ‘보건대학원 설치에 관한 대통령령 제1430호’가 공포되었다. 한국형 보건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실감한 권이혁 선생님은 미네소타대학의 자문을 받아 구조와 교육과정 등을 마련하여 서울대학교에 보건대학원을 설립했다. 1960년 3월에 제1회 졸업생 11명이 보건학석사(保健學碩士)학위를 취득했다. 2020년 2월까지 보건학석사(MPH) 2,639명과 보건학박사(Dr.PH) 373명을 배출했다.


권이혁 선생님은 선진국의 보건학 개념만을 도입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연구를 시작했다. 특히 1960년대부터 도시인구, 영세민/저소득층 인구, 소아, 노인, 임산부 등 특수 인구 집단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그 특수성이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반영되는 발전된 한국형 보건학을 정립했다. 1974년에 발간한 ‘Ten Years of Urban Population Studies’는 선진국의 많은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했다. 보건학은 미래가 요구하는 학문이고, 공중보건의 향상은 인류의 생활과 땔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권이혁 선생님은 한국형 보건학을 정립하고 국민보건체계를 확립한 공적으로 국민훈장 동백장(1970년), 청조근정훈장(1985년), 국민훈장 무궁화장(1998년)을 수훈했다. 그리고 2006년에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에 선정되었으며, 서재필 의학상(2006년), 대한보건협회 보건대상(2007년), 서울대총동창회 관악대상(2014년) 등을 수상했다.


(사진) <보건학과 나> 공동저자 51인 중 스승 又岡(서울대 의학박사, 98세)과 제자 靑松(서울대 보건학박사, 81세).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건강칼럼(745) 20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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