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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통상과 안보는 따로일 수 없다"

통상교섭본부장 지낸 김종훈, 청와대 입장 발표에 정면 반박
  • 안준호

    발행일 : 2018.02.22 / 경제 B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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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상과 안보는 별개죠. 단, 부처 장관이나 실무자 차원에서만 그렇습니다. 정부 전체를 총괄하는 대통령 입장에선 양국 관계 전반을 아우르는 한 묶음입니다. 따로일 수가 없어요."

    2007년 8월부터 2011년 말까지 4년여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을 지낸 김종훈 전 의원(19대·새누리당·사진)은 최근 청와대가 한·미 간 통상 마찰과 관련해 '통상과 안보는 별개'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양국 정부 대 정부 관계가 되면 통상과 안보의 구분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한국 측 수석 대표를 맡아, 2006년 2월 예비 협상부터 2007년 4월 타결될 때까지 협상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김 전 의원은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 대표와 한 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때론 도발적 언사로 상대를 흥분시키는 싸움꾼의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협상장의 검투사'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통상 협상에선 늘 얼굴을 붉히는 단계가 있다. 장관이나 실무자 차원에선 얼마든지 고함도 지를 수 있다"며 "멱살만 안 잡았다뿐이지 거의 싸움판"이라고 했다. 통상 협상은 국가 이익이 걸린 문제인 만큼 양국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는 뜻이다. 그는 "실무 차원에서 논의할 때는 얼굴 붉혀가며 논리 싸움을 벌이지만, 최종적으로 대통령 차원에서 타결이냐 아니냐 결정할 때는 양국 관계의 중요성, 동맹의 가치 등을 따져 격해졌던 분위기를 순화시켜 가면서 타결 분위기로 간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최근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해 이례적으로 "당당하고 결연하게 대응하라"고 정면 대응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통상 문제에 국가 정상이 최종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발언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수많은 변수가 있는 협상 과정에서 대통령이 성급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버리면, 기댈 '마지막 언덕'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은 기존의 무역 질서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면서도 "문제는 우리가 미국에 맞서 강 대 강으로 갈 수 있느냐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어렵다"고 했다. 미국 시장의 수익 규모가 훨씬 크고, 더 많이 개방돼 있는 상황에서 FTA가 폐기되면 미국도 손해를 보겠지만, 우리가 더 손해라는 것이다. 그는 "FTA를 폐기해 관세가 부활할 경우, 우리가 배제되는 미국 시장의 규모와 기회 등을 고려하면 우리 손해가 훨씬 크다"고 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경쟁국은 미국 시장에 무관세 혜택을 보면서 진출할 수 있는 반면 우리는 FTA 폐기에 따라 관세를 물어가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는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한·미 FTA에 따라 2012 ~2015년 4년간 관세율 2.5%를 유지했다가 작년에 폐지됐다. 반면 미국에서 팔리는 일본·유럽산 자동차 관세율은 2.5%로, 한국차가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FTA가 폐기돼 관세가 다시 부과되면 이런 이점을 잃게 된다. 가뜩이나 미국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기아차 상황은 더 악화되고 결국 한국 자동차 산업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김 전 의원은 "미국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계산이 확실히 선다면 그다음엔 왜 이렇게까지 됐나,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다른 방향으로 양국 관계를 순화시킬 수 있는 대목은 없었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